‘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 전시가 열리고 있는 모습 (출처: 국립현대미술관)ⓒ천지일보 2020.5.8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 전시가 열리고 있는 모습 (출처: 국립현대미술관)ⓒ천지일보 2020.5.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하이라이트展
한국 20세기 한국미술 대표 작가
고희동 등 50명 작가 작품 구성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오른손에 부채를 들고 흰색 윗옷을 풀어 헤치고 앉아있는 남성. 일상 그 자체의 모습이 담겨서 유난히 눈길이 간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의 자화상 중 한 점인 ‘부채를 든 자화상’이다. 방 안으로 빛이 들어와 인물의 얼굴과 옷에 화사한 색채가 표현된 것에서 작가의 인상주의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 서울 1전시실에 마련된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 전시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국내에 남아있는 서양화 작품 중 가장 이른 시기에 그려졌다. 현재 등록문화재 제487호로 지정돼 있다.

서울관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이번 소장품 상설전은 20세기 한국미술 대표작 54점을 공개하는 자리다. 전시는 ‘개항에서 해방까지’ ‘정체성의 모색’ ‘세계와 함께’ ‘다원화와 글로벌리즘’ 등 4부로 구성됐다. 1950년대 이전 작품부터, 1950년대 이후 앵포르멜 회화, 조각 작품, 단색화, 실험미술, 민중미술 그리고 국제적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등록문화재 지정 작품 3점 공개

1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작품 3점이 출품됐다. 고희동의 ‘자화상(1915)’과 오지호의 ‘남향집(1939)’, 김환기의 ‘론도(1938)’ 등이다. 오지호의 ‘남향집’은 화면 가운데 나무를 과감하게 배치하는 사진적인 구도와 그림자를 푸른색으로 처리하는 등 인상주의 화풍을 강하게 보여준다.

작가 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다. 그는 산, 강, 달 등 자연을 소재로 한국적 정서를 아름답게 조형화했다. 그의 작품 ‘론도’는 같은 주제의 반복과 변형을 통해 곡이 이뤄지는 음악 형식의 하나이다. 바이올린을 배우고 음악을 즐겨 듣던 김환기가 ‘론도’ 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회화 언어로 환원한 작품이다.

2부에서는 해방 후 한국전쟁이 발발할 때까지의 해방공간과 한국전쟁기의 미술, 관전미술, 디아스포라, 북한미술 등이 다뤄졌다. 대표적으로 불운의 천재 화가인 이중섭(1916~1956)의 작품 ‘부부’가 공개됐다. 작가 이중섭은 소, 닭, 아이들 등을 주요 소재로 고분 벽화나 민화와 같은 전통적·토속적인 것에 영감을 받아 표현주의적인 감각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 박수근(1914~1965)은 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서울 거리의 풍경과 서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작품 ‘할아버지와 손자’는 화면을 위와 아래로 나눠 위쪽에는 길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바구니를 이고 가는 여인을, 아래쪽에는 웅크리고 앉아 있는 노인과 아이를 담아냈다. 이러한 모습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었던 당시의 가난했던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환기 작가의 작품 '론도'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 2020.5.8
김환기 작가의 작품 '론도'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 2020.5.8

◆20세기 후반 단색화 자리 잡아

3부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 미술계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하여 탈국전, 추상조각의 전개, 전통매체의 새로운 모색 등으로 국제 미술계로 진입하기에 이른 시기를 다룬다. 특히 단색화는 20세기 후반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주류로 자리 잡는데 백남준, 최만린, 천경자, 이건용, 박서보 등의 작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박서보의 ‘묘법 No.43-78-79-81’은 캔버스에 유백색 물감을 칠하고 연필로 긋기를 반복하는 연필묘법 시기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이다. 박서보가 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착안했다고 하는 연필묘법은 체념과 포기에서 시작되는 비워내는 그림이다.

마지막 4부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민주화를 향한 뜨거운 열망과 삶과 인간에 대한 주제는 미술까지 확산된다.

이번 전시에 대해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외국인도 서울에 들르면 꼭 봐야 할 한국미술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모으고자 마련했다”라며 “한국미술 대표 소장품과 연계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한국미술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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