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류의 이동이 멈추자 하늘만 맑아진 것이 아니라 지구촌의 야생동물들도 천국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최근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멕시코의 한 유명한 해변에서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는 악어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평소에는 상상도 못할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당국이 이 지역을 폐쇄하자 해변은 온전히 악어들의 천국이 됐다고 한다. 소란스럽고 위협적인 인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동물이 출현하고, 심지어 공원과 동물원에 서식하는 동물들마저 그 어느 때 보다 스트레스 없는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한다.

악어떼를 촬영한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악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인간없이 하루만 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는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자연 상태가 지구촌 동물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시공간적으로 서로 연관돼 있고, 생태계는 관계의 구조로 이루어진 생명 공동체이다.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생태계(에코시스템)란 말은 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와 체계를 뜻하는 ‘시스템’이 결합한 말이다. 여기서 집은 땅을 가리키고 시스템은 땅이라는 집에 같이 살고 있는 생명 가족들의 삶의 원리 혹은 그 삶의 구조를 말한다. 생태계의 논리는 바로 이 가족 구조의 뼈대이자 그 뼈대가 작동하는 원리인 셈이다. 지구촌의 모든 생명체는 이 시스템의 원리 속에서 의식하든 하지 않든 협력과 공생으로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만이 그걸 모르고 있다. 마치 자신들만이 만물의 영장인 양 자만심에 가득 차서 사실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알량한 지적 교만함으로 어리석게도 자연을 마음대로 파괴하고, 생명체를 마음대로 조작하고, 과학적 진보로 생태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맹신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 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본래의 가치를 지니며, 인간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생명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축소시킬 권리가 없다. 인간은 자연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자연을 통일된 전체로 보고, 인간의 행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에도 인간의 이해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국한하지 않고, 자연 전체에 어떤 결과를 미치는가를 놓고 평가해야 한다.

인류는 이제 ‘개체적 자아(self)’를 실현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러한 자아의 배후에 자연과 함께하는 ‘더 큰 자아(Self)’를 실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돌봄’과 ‘관계’에 바탕을 둔 생태적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 경쟁과 공격, 착취 등이 지배하는 반생명적 가치에서 벗어나 협력과 공생, 보존을 추구하는 생명적 마인드로 전환해야 한다. 자연과 생명의 관계를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남성다움으로 일컫는 지배, 경쟁, 공격의 가치관에서 벗어나고 여성다움, 어머니다움의 가치인 배려와 협력, 보호의 가치관을 추구해야 한다.

남성다움이 강조되던 인간중심적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생태계를 파괴해왔으므로 생태계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에도 배려하고 협력하고 보호하는 미덕이 강조되고 그것이 생태계의 중심가치가 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값진 희생을 치르며 인류가 극복하고자 애쓰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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