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승계·무노조 경영’ 포기
진정성 여부에 엇갈린 시선
원론적·선언적 수준 관측 多
예상 뛰넘는 파격적 관측도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대국민 사과에서 ‘승계’ 관련해서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있지만, 총수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총수로서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이 부회장의 말에 대한 진정성 여부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날 5년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혀 ‘4세 경영’은 없다고 사실상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더 이상 ‘무노조 경영’ 말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며 머리를 숙였다.
아직 관련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이 부회장의 사과가 원론적·선언적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으나,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다만,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을 놓고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한 것은 더 이상 편법을 동원해서 승계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경영권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상속 대상도 아니다. 상속 대상은 주식”이라며 “주식은 어차피 자녀에게 상속돼야 하고, 주식을 받은 자녀가 의결권을 행사해서 경영에 관여할 건지 말 건지는 자녀에게 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부회장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하고는 20~30년 뒤에 손바닥 뒤집듯이 말 바꾸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맹탕 사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도 없었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 대법원에서 뇌물·횡령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진행 중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라면서 “형량은 안정해졌지만, 유죄는 확정됐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구체적인 사과 없이 두루뭉술하게 자신과 삼성을 섞어서 책임을 회피하는 ‘맹탕 사과’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의 사과가 앞으로 있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서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엇갈린 주장이 나왔다.
최 교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강하게 하는 바람에 이 부회장이 과도하게 반응해서 사과를 해도 지나치게 한 것”이라며 “반성문을 쓰라고 했는데 그 이상으로 한 거다. 재판부의 요구대로 다 해줬으니 충분히 감안해서 형량을 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사과에 대해 형량을 줄이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재판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라며 “준법감시위원회와 삼성이 이 부회장을 감옥에 안 보내기 위한 이벤트를 하는 건데 사법부가 이런데 현혹을 받으면 사법부 자체를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3월 11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 시민사회 소통 사안 등에 관한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는 이에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대국민 사과의 1차 기한은 지난달 10일이었지만, 삼성 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권고안 논의에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며 기한 연장을 요청해 이달 11일로 연장됐다. 삼성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공모 혐의 파기환송심을 심리 중인 법원의 요청으로 설립된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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