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예슬 기자) ⓒ천지일보 2020.5.6
(일러스트=김예슬 기자) ⓒ천지일보 2020.5.6

선비사랑 ‘잉어’ 화폭에 담겨
출세·장수·재물 뜻하기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우리 조상들은 물을 생명의 근원, 소원을 이루는 매개체 등으로 생각했다. 새벽에 정화수를 떠서 소원을 비는 등 물은 특별한 대상이었다. 물에 사는 생물도 조상들이 사랑했으니 대표적으로 금붕어, 잉어 등이 있다. 오늘날과는 달리 과거에는 사대부 계층에서 물고기를 길렀다. 당시에는 가격도 비쌌고 어항도 없었다. 그래서 집안 연못에서 기르거나 백자 안에 넣고 길렀다.

◆작은 금붕어 단연 인기

역사를 보면 작고 귀여운 금붕어는 단연 사랑을 받았다. 금붕어는 동아시아가 원산지로 ‘금(金)’자는 재물을 뜻해 사대부들이 좋아했다. 중국 진(265~420) 시대에 연못에 길렀다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며, 당나라에서는 연못과 정원에서 길렀다. 명나라 때는 금붕어를 실내에서 기르기 시작했다. 이때 화려한 꼬리를 가진 품종이 하나둘씩 해외에서 유입됐다.

유유자적 헤엄치는 잉어도 선비들은 좋아했다. 잉어는 벽사(僻邪, 재앙이 없게 함)의 의미가 있었다. 밤낮 상관없이 항상 물에서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물고기 그림을 자물쇠나 손잡이에 붙였다.

또 많은 알을 낳기 때문에 다산을 상징했다. 아이를 가진 부녀자에게는 물고기 모양의 노리개 선물이 단연 인기였다. 또 잉어는 출세와 장수를 뜻한다. 혹여 잉어가 나오는 꿈을 꾸면 ‘재물·명예·출세’ 등의 의미로 해석했다.

선비들의 잉어 사랑은 화폭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민화 속에는 날개 달린 물고기와 뛰어오르는 잉어가 많이 그려졌는데 과거합격의 기원을 담았다.

조선시대 화가인 장한종(1768~1815)은 물고기와 게, 조게, 새우 등 물속 생물과 풍경을 그린 ‘어해도(魚蟹圖)’로 유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숭어와 잉어, 자라 등을 사서 비늘과 등껍질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본떠서 그렸다. 그의 그림을 본 이들은 모두 놀라 했다고 한다.

장한종과 동시대에 살았던 유재건(1793~1880)은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에서 “장한종의 그림은 완성될 때마다 사물과 닮았기에 감탄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물고기 책, 유배지서 제작

조선 최고의 물고기 덕후는 손암 정약전(1758~1816)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형이다. 정약전 선생은 평소 물고기를 좋아해서 잉어와 금붕어를 길렀다고 한다. 1810년 천주교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인 ‘신유박해(辛酉迫害)’가 일어나자 이에 연루된 정약용은 전라남도 강진으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각각 유배된다.

정약전은 유배지에서 동화되지 못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어부나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 그러던 중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할까’하고 고민하게 됐고 물고기 책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이것이 바로 ‘자산어보(玆山魚譜, 1814)’다. 이 책에는 물고기, 게, 해초 등 200여종의 생물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책을 쓰는 데는 장덕순 등 섬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이 같은 물고기 사랑은 역사 속에 기리기리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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