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실화를 바탕으로 한 ‘폭스 캐쳐’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가진 살인자로 알려진 듀폰사의 4대손인 존 듀폰의 이야기다. 

1996년 1월 존 E. 듀폰은 자신이 후원하던 레슬링팀 ‘폭스캐처’ 소속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 리스트 데이비드 슐츠를 향해 38구경 리볼버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범행현장에서 1.6㎞ 떨어진 체포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48시간의 모습이 TV방송으로 생중계되며 미국을 들썩이게 했다. 존은 이 사건으로 30년형을 선고받았고, 복역하던 중 2010년 12월에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 지금도 그의 살해동기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그는 1856년 1센트짜리 우표를 93만 5천 달러(10억원)에 구매해 화제가 된 적도 있는데 그의 편집증적 성격을 잘 말해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어릴 적, 존은 레슬링 선수를 꿈꾸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 꿈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성인이 돼 돈으로 데이비드 슐츠를 후원하며 대리만족을 했지만 데이비드는 존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를 떠나 버린다. 결국 존은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방아쇠를 당기게 된 것이다. 돈도 명예도 존의 인정 욕구를 채울 수 없었던 것이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이론에 보면, 가장 첫 번째 욕구인 생리적 욕구, 두 번째 욕구인 안전 욕구, 세 번째 욕구인 소속 및 애정 욕구, 네 번째 욕구인 존경 욕구, 그리고 마지막 욕구인 자아실현 욕구가 나온다. 

여기서 세 번째의 소속 및 애정 욕구나 네 번째의 존경 욕구는 인정 욕구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마지막의 자아실현 욕구도 남으로부터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인정 욕구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가 있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을 의미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미국의 카네기멜론대학의 심리면역학자인 셸던 코헨과 그 연구진은 4년에 걸쳐서 400명을 대상으로 어떤 사람들이 감기 바이러스에 취약한지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생활습관이나 나이, 성별, 스트레스, 호르몬 수준과 관계없이 사회적 관계가 좋은 사람이 감기 바이러스를 잘 이긴다는 결론이 나왔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직장동료 등 교제그룹이 3개 이하인 사람들이 교제그룹 6개 이상인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솔로감기취약론’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적이 있는 이론이다.

사회적 관계가 좋아지는 가장 추천할 방법은 바로 인정 욕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인정 욕구를 채워주는 것, 그것만큼 강력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없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끼리 주고받는 대화 중… “어머, 넌 어쩜 그렇게 옛날 그대로니?” “무슨 말이니? 너야말로 옛날 그대로다. 얘”

이 속에 인정 욕구의 철학이 그대로 들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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