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경력 20여년의 40대 초등학교 1학년 담임 남교사가 온라인 효행 숙제로 ‘팬티 빨기’ 숙제를 내고, 숙제를 마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올린 사진에 도무지 교사로서 이해할 수 없는 어휘를 사용해 댓글을 다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학부모 항의 글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올린 자기소개 사진에도 ‘저는 눈웃음 매력적인 공주님들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매력적이고 섹시한 00’라고 쓰고, 팬티 빨기 숙제에는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이뻐요’ ‘이쁜 잠옷, 이쁜 속옷 부끄부끄’ 등 댓글을 달았다.
이런 교사의 행태를 보다 못한 학부모가 국민신문고에 신고하자 해당 교육청은 ‘담임교사가 입학식도 하지 못한 신입생들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면서 사진을 보고 칭찬의 의미로 외모에 대한 표현의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앞으로 주의하겠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학부모의 글이 논란이 되자 이 교사는 학급 SNS에 ‘우리 반 학부모시라면, “선생님, 여자아이들이 팬티 빨기는 조금 쑥스러워하지 않을까요? 양말 빨기로 하면 안 될까요?”라고 의견을 줬다면 숙제를 변경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섹시 팬티 같은 말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사태가 심각하니 게시글 삭제를 부탁드린다’라고 적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잘못을 깨닫기는커녕 학생에게 불이익이 갈 것처럼 게시글을 삭제하라는 압력성 글과 변명을 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그의 저서 꿈의 해석에서 ‘실언 혹은 말실수는 남에게 감추고 싶은 속마음을 무의식중에 밖으로 드러내는 데서 기인한다’라고 했다. 아무리 이 교사의 상황을 대변하고 싶어도 도무지 할 수 있는 변명이 안 나온다. 가뜩이나 교권이 추락 돼 교사들이 사기가 땅에 떨어진 시점에, 어처구니없는 한 교사의 행실로 교사의 자질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대다수 교사가 허탈감에 빠져 있다. 교사라면 누구나 이해하기 힘든 숙제이고 사용할 수 없는 어휘다.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울산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팬티 빨기 숙제 내고 학생 사진에 섹시 팬티, 공주님 수줍게 클리어, 매력적이고 섹시한 00라고 성희롱한 남교사를 파면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에는 ‘아이들의 인권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며 두 남매를 열심히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팬티 사진을 찍어서 올리게 하는 교사를 저는 40년 살며 처음 본다. 만약 이번 청원도 지난번 교육청처럼 미온적으로 흘려보내게 된다면 해당 교사는 더 큰 성범죄자가 돼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이라고 했다.
국민청원과 국민들이 보인 반응에 대해 이 교사는 “많이 힘들고 아프다. 지인들의 격려 문자와 전화로 견디고 있다. 마녀사냥이 남의 일인 줄 알았다. 대한민국에서 더는 익명의 다수 네티즌에 의해 다치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 이 고통은 저 하나로 끝나야 한다. 왜 연예인이 자살하는지 알 것 같다.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 섹시라는 표현을 쓴 것, 예전에 올린 ‘누드 김밥’과 ‘후배님 아재개그’ 다 잘못했다. 앞으로 교육자로서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하겠다”라며 사과라고 보긴 힘든 글을 올려 더 큰 비난을 초래했고 결국 직위 해제된 상태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교사는 말로는 성인지 감수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낸 숙제가 일반인이 느끼는 성인지 감수성과 엄청난 괴리가 있는지조차 못 느끼는 듯하다. 왜 그 숙제가 잘못됐는지, 왜 교사의 댓글로서 부적절한지조차 모르고 있다. 팬티 빨기 숙제를 내고 숙제의 수행 여부를 칭찬하는 게 아닌 팬티의 형태와 아이들의 외모에 초점을 두어 ‘섹시하다’는 댓글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걸 모르는 정도의 의식이라면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안 된다.
유튜버를 겸하는 이 교사가 그동안 사용했던 어휘들을 보면 ‘짐승, 사육, 누드김밥, 후배위, 섹시’ 등을 거리낌 없이 써왔다. 초등학교 후배 교사는 “요즘은 남교사가 담임인 학급에서 여학생이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실수를 하면 옆 반 여교사를 불러서 뒤처리를 부탁하고 옷을 갈아 입혀 문제 소지를 차단한다”라며 분개한다. 이 교사가 출간한 책의 제목이 <나는 교사가 아니다 나는 학교 아빠다>인데, 이 책에서 본인은 ‘학교아빠’, 여자아이들은 ‘학교부인’이라고 지칭했다. 한 학부모의 용기로 이 교사의 추행이 이 정도에서 멈출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