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5월 5일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의 한 연구소에서 신종플루(H1N1) 바이러스 모의실험을 하는 동안 연구원이 바이러스를 정밀 검사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009년 5월 5일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의 한 연구소에서 신종플루(H1N1) 바이러스 모의실험을 하는 동안 연구원이 바이러스를 정밀 검사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美 ‘우한 연구소 기원설’ 주장

中·WHO “증거없는 추측 불과”

서방서도 발원 놓고 논쟁 가열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미국측 주장이 연일 나오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전면 부인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서방 정보기관들까지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서방국가 정보기관들의 네트워크인 ‘파이브 아이즈’의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일어난 사고로 확산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 정보에 능통한 한 서방의 외교관은 “그것이 (우한 연구소의) 사고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발생했으며 인간의 감염은 인간과 동물의 자연스런 접촉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파이브아이즈 회원국들은 이 평가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이 관리는 전했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이뤄진 기밀정보 공유동맹이다.

앞서 호주 신문인 세터데이 텔레그래프는 파이브아이즈가 보유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중국이 작년 12월 초부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인용한 15페이지짜리 문건에 따르면 중국은 당시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증거가 확인됐지만 이를 올해 1월 20일까지 부인했다. 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이브아이즈 관계자가 이 보도를 부인하고, 코로나19는 우한 연구소의 사고가 아닌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하면서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에는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MI6의 전직 고위 관리가 “영국 정보기관은 코로나19 초기 중국 정부의 주장을 믿지 말고, 중국에서 나오는 정보는 의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정부에 보고했다”며 “당시 정부는 중국 내 실제 코로나19 감염 현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으며,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가 연구소 밖으로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유사한 보고를 받았지만 조기에 충분한 대책을 세우는 데 실패했다는 게 텔레그래프의 주장이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월 28일 “중국이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그 5일 전에는 “전 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의 초기 대응에 대해 비판하며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발생했다는 증거가 있으며, 이를 조사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3일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중국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ABC뉴스에 출연해 “중국이 세계를 감염시킨 전력이 있고 수준 이하의 연구소를 운영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며 “중국 연구소의 실패 결과로 전 세계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그동안 우한연구소가 발원지라는 주장을 거듭 부인해 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4일 사평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코로나19 중국 발원설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 번도 증거를 꺼내 보여준 적이 없다”면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해야할 일은 감염병에 맞서 사망자 수 최소화와 경제 회복이라며 “미국 정부는 이 두 가지 방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WHO도 미국의 주장이 ‘추측성’일뿐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아무런 증거를 받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WHO의 관점에서 (미국의 주장은)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1만 5천개의 유전자 배열을 확보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모두 자연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WHO는 코로나19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이된 경로와 중간 숙주를 찾아내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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