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고구려는 다양한 용문(龍紋) 와당을 제작해 사용했다. 많은 유물이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틀리다. 작은 원형 공간 안에 여러 모양의 용문을 자유자재로 조형했다. 용문 와당은 치우의 얼굴로부터 나온 것으로 이 난을 통해 이미 여러 유형을 소개한 바 있다.

스스로 하늘의 자손임을 자부한 고구려인들은 특별히 치우를 숭상했다. 주몽은 북부여에서 남하하여 백두산 주변의 여러 부족을 포용하면서 치우가 통치했던 구려 옛터에서 나라를 세웠다. 국호도 그대로 ‘구려’라고 썼다.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전쟁의 신 치우의 용맹을 따르고자 한 것이다.

중국 신화를 보면 천하를 지배한 황제도 치우에게는 고전했다. 사기(史記)의 오제본기(五帝本紀)에는 ‘신농씨의 세력이 쇠퇴하여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황제가 각지의 제후들을 정벌하였다. 그러나 치우는 너무나 전쟁을 잘하여 정벌할 수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구려 이형용문와당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5.5
고구려 이형용문와당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5.5

황제는 치우가 굴복하지 않자 군사들을 총동원했다. 황제는 처음에는 응룡(應龍)을 이용했다. 이에 저항한 치우는 비장의 무기인 바람의 신 풍백과 비의 신 우사를 출전시켰다. 응룡도 비를 내리는 능력이 있었지만, 치우의 전략과 술수를 이기지 못했다.

황제는 결국 자신의 딸인 발(妭)을 미인계로 써서 치우를 사로잡았다. 고구려인들이 치우의 얼굴을 용문으로 만든 것은 응룡과 싸워 이긴 승전의 상징으로 삼은 때문은 아닐까. 중국인들마저 지금도 치우를 ‘전쟁의 신’으로 숭상한다. 여기 소개하는 와당은 큰 눈과 코, 입의 모양은 다른 와당과 비슷하지만 외연에 이형의 문양을 장식했다. 1조의 선문을 돌리고 머리 부분에 뾰족한 이빨 모양을 배치 더욱더 날카롭게 보인다. 눈은 크고 눈 위에는 삼산형의 눈썹을 조형했다. 벌린 입에는 상하 송곳니가 2개씩이고 가운데 이는 3개씩 정연하게 배치돼 있다. 주연은 소문대이고 다른 와당에 비해 넓은 편이다. 비록 무서운 용의 얼굴이지만 해학이 깃들어 있다. 색깔은 적색이고 모래가 섞이지 않는 경질이다. 경 15.5㎝, 주연 1.5㎝, 두께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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