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에서 재건축 조합 ‘드라이브 스루’ 총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에서 재건축 조합 ‘드라이브 스루’ 총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반포3주구·신반포21차 등

무리한 사업 제안 잇따라

‘시공권’ 놓고 출혈도 감수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후분양 이슈가 등장하는 등 정비사업 수주전이 과열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정비사업의 최대 난제로 부상하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상한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후분양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 제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우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맞붙은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가 대표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각각 후분양을 제안했다.

통상 건설사들은 후분양보단 선분양을 선호한다. 착공과 동시에 일반분양을 해야 계약자로부터 받은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들은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자발적으로 후분양을 제안하고, 직접 공사비 조달까지 약속한 것이다.

반포3주구의 경우 재건축 가구수가 총 2091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500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삼성물산은 공사에 필요한 공사비 8000억원을 포함해 사업비 전체를 연 1.9%로 빌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등급 AA+라는 건설업계 최고의 신용등급을 보유했기 때문에 이 제안이 실현 가능하다는 삼성물산 측의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선분양 옵션은 물론 후분양과 리츠 방식을 선택지에 추가했다. 조합이 원하면 후분양을 하거나 리츠 회사를 설립해 일반분양분도 사주겠다고 제안했다. 대우건설은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투게더 투자운용'이 재건축 리츠를 설립해 일반분양을 사들여 일정기간 임대주택으로 운영한 뒤 운영 기간 종료 후 시세 수준으로 매각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 방식이 분양가 상한제 회피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포스코건설도 후분양을 제안하고 나섰다.

포스코건설은 공정률의 70% 시점에 일반분양을 하고, 조합원들에게는 공사비 조달에 따른 이자는 물론 분양대금도 입주 때까지 받지 않겠다고 파격 제안을 했다. 후분양에 따른 금융조달 비용을 건설사가 떠안으면서 준공 때까지 조합원의 부담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건설사의 후분양 제안이 줄을 잇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파로 사업성이 떨어진 조합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준공 후 분양을 해도 똑같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최근 공시지가 인상 폭과 현실화율 제고 움직임을 고려할 때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조합과 시공사 측 판단이다.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후분양 외에 다른 무리한 사업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일부 출혈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신반포21차 수주를 위해 대물변제 안까지 내놨다.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가 올라 일반분양분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건설사가 대신 떠안겠다고 제안했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의 관리처분인가를 공사도급계약 체결 후 3개월 만에 진행하고, 공사 기간도 경쟁사 대비 1년 이상 단축해 34개월 이내에 마무리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업기간 단축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해 조합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의 사업비 조달 금리를 0.9% 고정금리로 제시했다. 대우건설은 이 수준의 금리로 조달이 어려울 경우 회사 측에서 이자율 차액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후분양이나 파격적인 수주 조건 제안으로 발생한 손실이나 수익감소를 건설사들이 다른 쪽에서 만회하려 하면 결국 조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 담당은 “공사 기간 단축은 가능하다 해도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데 과연 3개월 만에 관리처분인가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반포3주구와 신반포21차는 이달 말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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