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집에서 자가 격리 중인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집에서 자가 격리 중인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는 코로나19 원인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고, 독일과 영국은 중국의 IT 대기업 화웨이를 다시 초청하는 데 망설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책임을 중국 탓으로 돌리며 응징에 나섰고, 일부 나라의 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중국은 외부 비판을 결코 수용하지 않으면서 국가 통제와 자국의 경제 피해만 경계해 다른 나라에 의료장비 원조 등을 빌미로 경제적 위협을 가하며 공격적으로 대응해왔다. 그 결과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중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중국의 목표인 대국 이미지에 손상이 생겼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늑대전사’라는 중국의 공격적 외교 스타일로 세계적 적대심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늑대전사’는 강한 중화주의를 담은 중국의 액션영화이다. 젊은 세대의 중국 외교관들은 주재국에서 국가주의적이고 때로는 위협적인 메시지로 그들의 충성심을 증명해왔다.

몽테뉴 연구소의 아시아 담당 수석 고문인 프랑수아 고드만은 “새 중국 외교관들이 더 급진적이고 그들이 있는 나라에 모욕적인 태도를 보이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것 같다”며 “그들은 모든 북유럽 국가들과 싸움을 벌였고, 모두를 소외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주 동안 프랑스,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케냐, 우간다, 가나, 아프리카연합에 파견된 적어도 7명의 중국 대사는 주재국에 소환돼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광저우에 있는 아프리카인들에 대해 ‘인종학대’를 하고 있다는 혐의에 대해 답해야 했다.

수잔 셔크 중국 학자 겸 캘리포니아 대학의 ‘21세기 중국 연구소’ 소장은 “중국 외교관들은 중국으로부터 전투적인 자세를 갖도록 권장받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때 자국을 불신하게 하고 이익을 해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정부가 중국의 코로나19 사태 처리에 대해 ‘중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의 근원을 찾으라고 압력을 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을 상대로 10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소송에 대해 “사실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어리석은 소송”이라며 “조소만 자초했다”고 일축했다. 이번 소송은 법정에서 실제 승소하기 보다는 미국 국민이 외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코로나19가 중국 연구소에서 발생했다며 상당한 양의 증거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중국 환구시보는 사평을 내고 폼페이오 장관은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며 ‘망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셔크 소장은 “중국이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력을 갖기 시작하면서 신뢰와 책임있는 글로벌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다시 쌓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외교적 노력은 선전·선동 전술에 사로잡혀 버리고 그들의 지원을 이용해 중국 체제에 대한 찬사를 얻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다는 성과를 얻으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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