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자유통일당 고영일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김문수TV 캡처)
기독자유통일당 고영일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김문수TV 캡처)

교회 정치참여 대한 부정인식 탓

일부 목회자 막말 논란도 영향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기독교 이념을 표방한 기독자유통일당이 기대했던 것은 ‘개신교인’이었다.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결집시킨 극우 세력까지 흡수되면서 이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가 기독자유통일당을 찍을 것이라 전망한 것이다.

3%의 득표율을 넘으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국회 입성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 2.1%의 득표율에 그쳤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기독자유통일당 측은 기대를 접지 못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득표율은 직전 총선에 비해 0.8% 낮아진 1.83%였고, 기독자유통일당의 지역구 후보들도 전부 낙선했다. 처참한 패배였다.

패배 이후 기독자유통일당은 최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4.15총선 사전투표 조작설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기독자유통일당의 비례대표 3번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지난달 20일 대검찰청 앞에서 “사전투표 여야 득표율이 63% 대 36%로 세팅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독자유통일당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이번 선거가 부정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너알아TV는 부정 선거 의혹과 관련된 영상을 수도 없이 올리고 있는가 하면 기독자유통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함 보전 신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독자유통일당이 이같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독자유통일당이 개신교인에게까지 외면 받을 수 없었던 건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의 도 넘은 막말과 정치활동으로 인해 기독정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졌다는 지적이 크다.

◆ 대다수 개신교인, 기독정당 부정적 인식 커

통계청이 지난 2015년 조사한 결과, 국내 기독교인은 총 960만여명이다. 그러나 기독자유통일당은 51만표를 얻는데 그쳤다. 국내 기독교인에 비해 매우 적은 소수만이 기독자유통일당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900만에 이르는 개신교인들은 왜 기독당을 외면한 걸까.

가장 큰 이유로는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기독 정당으로 국회에 들어가겠다는 것에 대해 개신교인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점이 꼽힌다. 실제 지난해 10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개신교인 1000명과 비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개신교인 79.5%가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3.9%로 과반을 넘겼다. 이와 관련해 조성돈 교수는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갈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교회 위치가 적대적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는 정치의 한 축으로 기독교가 비춰지고 있고, 심지어 원내에 진출해 직접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전 목사는 보수 성향 단체 및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에서 총괄 대표를 맡았다. ⓒ천지일보 2019.10.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전 목사는 보수 성향 단체 및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에서 총괄 대표를 맡았다. ⓒ천지일보 2019.10.3

◆ 설교 통한 노골적 선거운동 ‘눈살’

일부 목사들의 색깔론적 발언과 막말도 부정적인 인식에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 목사가 있다. 연일 광화문 보수집회를 이끌며 극우적 발언을 일삼아왔던 전 목사는 결국 특정정당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전 목사는 지난달 20일 보석을 허가 받아 현재 석방된 상태다.

전 목사 외에도 4.15 총선을 앞두고서 일부 목회자들의 정치적 발언은 극에 달했다. 평화나무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목사들의 발언은 가히 노골적이라고 보여진다. 아래는 목사들의 설교 중 일부다.

“지역구는 2번 찍으세요. 2번. 황교안 장로 당입니다. 2번 찍으시고. 그리고 비례대표 있잖아요. 당이 서른 몇 개래요. 그럼 헷갈리죠. 그죠? 저도 헷갈려요. 뭐 이렇게 당이 많아? 난 당이 서너 갠 줄 알았더니 서른 몇 개. 어젯밤에 60개쯤 되는 줄 알았더니. 서른 몇 개랍니다. 그래서 페이퍼가 60cm 이렇게. 눈 나쁘신 분들 꼭 돋보기 갖고 가세요. 2번 찍으시고 쭉 비례대표에서 쭉 내려가서는 기독자유통일당 알았죠? 그거 꼭 찍으셔야 돼요. 쭉 비례대표에서 쭉 내려가서는 기독자유통일당 알았죠? 그거 꼭 찍으셔야 돼요” (기쁨교회 이남기 목사)

“반드시 이번 415총선을 통하여 기적을 체험하게 해주시고, 이 민족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길로 가는 것을 막아 주시고, 주체사상 다 무너뜨리게 하시고, 이번 선거를 하나님 앞에서 두렵고 떨림으로 하게 하시고, 반드시 승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소속 조나단 목사)

특히 기독자유통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조치를 ‘교회 탄압’이라 주장하며 개신교인들이 이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들의 주장에 다수 개신교인 역시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도 이번 선거 패배 요인 중 하나라는 견해가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2월 24∼25일 전국 만 18∼69세 성인 남녀 개신교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주일 대예배 중단’ 찬반 여부를 묻는 말에 응답자의 71%가 찬성했다. 반대는 24%에 그쳤다. 같은 단체에서 4월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주일 현장예배를 중단한 교회 교인들 가운데 87.8%가 주일 현장예배 중단을 잘한 일이라고 응답했고, ‘잘못한 일’이란 응답은 4.0%에 불과했다.

성경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성경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교회 정치행보 놓고 교계 내에선 ‘찬반 갈려’

사실 한국교회가 정치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교계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 2016년 기독자유당(현 기독자유통일당) 창당 당시 열린 긴급좌담회에서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는 목회자들이 나서서 정치판에 뛰어든다는 점에 대해 “그 부작용이 심하다고 보기에 명확하게 반대 입장”이라고 밝히며 “국회 한두 석으로 기독교를 대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종교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한국교회언론회도 논평을 내고 기독교 정당에 대해 “기독교 색채를 띤 정당들의 활동은 이미 17대부터 시작됐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기독교 내부에서조차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는 교회가, 더 나아가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례로 2014년 감리교 월간 소식지 기독교세계 1000호 발간을 기념해 실시한 감리교인 신앙조사에서 ‘한국 개신교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항의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교인은 53.9%에 달했다.

또 정원범 대전신학대학교 교수는 한국기독공보에 실린 3월 기고글을 통해 “우리 기독교인은 정치, 경제, 사회라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성경에서의 최고의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이웃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앙과 정치의 분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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