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고성=이현복 기자] 2일 새벽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대피소가 마련된 아야진초등학교에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천지일보 2020.5.2
[천지일보 고성=이현복 기자] 2일 새벽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대피소가 마련된 아야진초등학교에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천지일보 2020.5.2

“빨리 날 밝길… 산불 진압 간절해”

대피소 주민 얼굴에 지친 기색 역력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다” 긴 한숨

소방·국방부 “동 트는 대로 헬기투입”

[천지일보 고성=이현복 기자] “갑자기 야산에 산불이 발생했다는 말만 듣고 몸만 간신히 빠져 나왔어요. 빨리 날이 밝아야 산불이 잡힐 텐데….”

초대형 산불로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소방차가 출동했던 작년 4월 4일의 악몽 같은 ‘강원산불’ 재앙이 발생한 지 약 1년이 지난 가운데 1일 또 다시 강원도에서 ‘대응 3단계’의 전국 소방력이 동원되는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의 급격한 확산세로 보금자리를 떠나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초등학교 체육관에 피신해 온 주민들의 표정에선 두려움과 초조함이 나타났다. 1일 자정을 넘겨 2일 새벽 2시경 대피소 안에 거의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한 주민은 불안감에 떨며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인근 마을인 학야리에서 대피했다는 김준식(가명, 71, 남)씨는 “산불이 났다는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라 몸만 간신히 피해 왔다”며 “빨리 날이 밝아서 산불이 진압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을 피해 대피소로 나온 또 다른 한 주민은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옆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주민도 보였다.

[천지일보 고성=이현복 기자] 2일 새벽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대피소가 마련된 아야진초등학교에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천지일보 2020.5.2
[천지일보 고성=이현복 기자] 2일 새벽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대피소가 마련된 아야진초등학교에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천지일보 2020.5.2

고성 산불을 피해 주민들이 찾아간 다른 대피소인 고성군 천진초등학교 체육관도 분위기가 이와 비슷했다. 지친 표정의 주민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거나, 초초해하며 핸드폰을 계속 만지는 주민도 보였다. 아야진초등학교 체육관에서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영호씨는 자신을 고성군 토성면 도원 2리 주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성 지역에선 봄철에 한번 산불이 발생하면 강한 바람과, 특히 야간에 불길이 번지는 특성이 있다”면서 “이를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산불 발생 요인을 차단하는 일”이라며 “그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고성 산불은 전날인 1일 오후 8시 21분께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었고 강한 바람을 만나 대형 산불이 됐다. 이 불로 주택 3채가 전소됐고 산림 등 85㏊가 소실됐다.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불을 피하기 위해 도원리·학야리·운봉리 등 330여 세대 600여명이 아야진초등학교와 천진초등학교로 대피했다. 또한 육군 22사단 사령부 약 1000명과 신병교육대 약 800명 등 장병 1800여명도 고성종합운동장과 속초종합운동장, 아야진초등학교로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당초 화재 대응 단계를 1단계로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으나, 불이 점차 세력을 키워감에 따라 2단계, 3단계로 격상했고, 다른 시·도의 소방인력과 장비를 대거 동원하는 소방력 동원령을 발령했다.

국방부도 동이 트는 대로 고성 산불 진화 현장에 헬기 1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일출과 동시에 카모프 2대, CH-47(치누크) 2대, UH-60(블랙호크) 6대 등 군 헬기 10대가 화재 현장으로 출동할 예정이다.

[천지일보 강원=이현복 기자] 1일 오후 8시 21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이 산불이 돼 번지고 인근 가옥을 불태우고 있다. 산림 당국은 일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대피시키는 중이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강원=이현복 기자] 1일 오후 8시 21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이 산불이 돼 번지고 인근 가옥을 불태우고 있다. 산림 당국은 일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대피시키는 중이다.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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