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불편함에서 발명이 나온다고 한다. 불편함의 종류는 사용성에서의 불편함도 있지만, 시장 창출의 불편함도 있다. 기업이나 예술가나 모두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해야 한다고 보면 각각 경쟁우위와 차별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이때 금방 생각나는 해결책은 융합이다.

최근 융합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여러 가지가 있다. 비빔밥을 융합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하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펴낸 융합신사업 사례집에서 보면 ‘bundle, overlap, hybrid, fusion, convergence, combination’ 등이 있는데 이 밖에 ‘crossover, melt-in(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는 것)’ 등도 사용될 수 있다.

휴대폰에 카메라를 장착해 카메라 시장을 석권했다는 평을 받는 삼성의 예가 융합으로 시장을 개척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과거 컴퓨터 1대로 여러 사람이 사용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여러 컴퓨터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나는 며칠 전 어느 회사의 신입사원 연수교육에서 창조적 융합의 훈련을 목적으로 나의 그림을 모델로 해 5명씩 팀별로 그 그림을 변형하는 과제를 준 적이 있다. 거의 대부분이 자신은 미술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창조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과제를 해보니 상당히 창의적인 결과가 나왔다.

즉 내 그림보다 더 창의적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든 것이다.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합해져서 한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 새로운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요사이 사람들은 ‘융합이 실질적인 변화의 주도자’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편 내가 만나는 많은 미술 작가들은 “이제 더 이상 재료 및 소재의 차별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온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융합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다른 세계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에 융합이 끝났다고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창조적 사고의 결과로 나오는 개념은 공식적인 의사 전달시스템인 말이나 그림, 음악, 춤 등으로 변환될 수 있으며 변환된 것들은 또 새로운 변환을 촉진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한 분야에서 창조적 사고를 경험하는 것은 다른 분야에도 똑같이 창조적 사고를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통섭의 개념이다.

따라서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은 남의 세상을 눈여겨보면 융합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앞으로는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융합, 즉 기술기반 융합, 제품, 서비스 융합, 기술과 경영, 기술과 예술, 경영과 예술, 학문간 융합, 융합적 사고의 융합, 융합적 방법의 융합 등을 실천해야 새로운 창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는 상태, 즉 6시그마 품질 수준 또는 트리즈에서 얘기하는 이상성과 같은 완벽한 상태가 융합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이다. 세계적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석좌교수이며 마케팅의 세계적 구루인 장 클로드 라레슈(Jean-Claude Larreche)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시대는 끝났다.

스스로 팔릴 수 있도록 제품에 모멘텀을 불어 넣어라”고 주장한다. 이제 모멘텀은 융합으로만 가능한 시대이다. 나와 다른 생각, 철학, 환경, 모습을 이해하고 나의 것처럼 받아들이는 자세가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바야흐로 문화 대융합의 쓰나미가 오고 있는 이 시대에 가슴을 열고 세상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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