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정당한 법의 지배를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치국가는 글자 그대로 하면 법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 법의 지배를 받는 국가이므로 사람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해 지배되고 통치되는 것이 핵심이다. 법치국가가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이 되려면 법의 내용이 정당해야 한다. 법치국가는 단순히 법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가 아니라 정당한 법을 가진 국가가 공정한 절차를 통해 법을 실현하는 국가를 말한다.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바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법치국가에서는 절대적인 자유와 권리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가치가 상대화되는 것은 아니다. 법치국가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있다. 예를 들면 정의, 자유, 평등 등이다. 물론 이런 용어는 추상적이라 한 번으로 그 의미를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기본적 가치를 갖는 이런 용어는 어떤 상황에서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상대적 세계에서도 절대적 가치는 존재하는 것이다.

인권이나 기본권의 영역도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것은 없다. 인간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고 모든 것은 상대화돼 있다. 그래서 현실 세계의 헌법질서에서는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은 없다. 현행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의 절대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기본권에 내재하고 있는 절대적 가치에 대해 헌법은 말하지 않는다. 법은 현실이지 이상(理想)은 아니다. 이 조항의 앞 문장을 보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라고 표현하고 있다.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아니라 ‘모든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그래서 자유와 권리는 예외 없이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헌법은 그 필요한 경우를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라고 해, 이 경우에 해당하면 모든 자유와 권리는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법률이란 규범으로만 해야 한다. 법률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만이 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법률로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학계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법률유보원칙이라 하고 있으며, 특정한 기본권이 아니라 모든 자유와 권리에 대해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 법률유보라고 한다. 헌법은 이 조항을 통해 모든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기본권의 절대적 보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헌법이 기본권의 절대적 보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절대적인 보장이 가능한데 이를 부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면서 과제이다. 이는 자유와 권리가 특정 개인만 누리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 때로는 인간이면 누리는 자유와 권리이기 때문에,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필요한 경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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