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코로나의 역설 어, 하늘이 맑아졌네?
[환경칼럼] 코로나의 역설 어, 하늘이 맑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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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21년 봄 정월, 흙비가 내렸다.” 삼국사기, 신라 아달라왕 21년(174). “한양에 흙비가 내렸다. 전라도 전주와 남원에는 비가 내린 뒤에 연기 같은 안개가 사방에 꽉 끼었으며 지붕과 밭, 잎사귀에도 누렇고 허연 먼지가 덮였다.” 명종실록.

삼국시대에는 우토(雨土), 고려시대에는 매(霾), 조선시대때는 토우(土雨)라고 쓴, 흙비라는 뜻의 황사는 해마다 이맘때면 봄의 불청객이 되어 어김없이 한반도를 찾아온다. 말이 좋아 황사이지 엄밀히 따지자면 중금속 오염원이 포함된 미세먼지 또는 초미세먼지라고 불러야 한다. 물론 처음에야 이름대로 모래 바람에서 시작한다.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는 중국의 내몽골자치구나 고비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 바람이 원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자가 고운 이 흙먼지는 ‘세계의 굴뚝’으로 불리는 중국 내륙을 거치면서 매연과 화학물질, 산성비 등과 결합해 공포의 오염물질로 변질돼 한반도로 건너오게 된다.

물론 과거에는 단순한 흙먼지였다. 특별히 건강에 해로운 점도 없었으며 오히려 어느 정도 이롭기까지 했다. 황사 자체가 알칼리성이기에 황사가 봄철에 휩쓸고 지나가면 토양의 산성화를 막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황사가 우리나라를 쓸고 갈 때 흙속에 있는 철을 뿌리고 가게 되는데, 이 덕분에 바다의 플랑크톤이 영양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황사가 바다 생태계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다 옛말이 됐지만.

그런데 해마다 봄철 하루종일 하늘이 뿌옇다 못해 어두웠던 이 황사, 아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발생이 올해는 거짓말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피부로 느끼지 못할 만큼 하늘이 깨끗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황사의 진원지인 중국의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공장이 굴뚝을 멈춘 탓이다.

코로나19로 중국의 산업 활동은 최근 최대 40% 줄었으며 석탄 소비는 최근 4년간 최저치를 기록했고 석유 소비도 3분의 1 이상 줄었다고 한다. 중국이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석탄과 석유를 덜 쓴 결과 중국과 한반도의 하늘이 맑아진 것이다.

상당수 국가가 강력한 이동 제한 명령을 시행하는 유럽 지역의 대기 질도 크게 좋아졌고 인도 또한 공장을 멈추자 히말라야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경제가 위축되고 인간 활동이 제약받고 있지만 그 결과 오히려 지구촌의 공기가 맑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봄의 불청객 황사가 사라진 것은 코로나의 역설이다. 팬데믹과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장과 인류의 이동이 멈추자 전 세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깨끗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반드시 극복돼야 하겠지만 이 역설적인 상황이 주는 교훈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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