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0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0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0

이천 물류창고서 대규모 화재

78명 작업자 중 38명 사망

훼손심해 9명 신원확인 불가

“동생 아직 어딨는지 몰라”

“조카 얼굴·손발 많이 훼손돼”

부자·신혼부부 등 눈물바다

[천지일보 이천=홍수영 기자] “함께 일하던 매제와 남동생이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매제 시신은 확인했지만, 남동생은 아직입니다….”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사망자가 나왔다. 30일인 이날에도 인근의 체육관에서 많은 유족들이 머물며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유족 강정현씨의 여동생 강정희(가명)씨는 이번 사고로 졸지에 남편과 남동생을 잃었다. 강정희씨의 남편(39)은 금쪽같은 초등학생 아들 둘과 아내를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게 됐다.

강정희씨의 동생 강정영(35)씨가 이번에 함께 희생된 것은 이들이 얼마 전부터 함께 일했기 때문이다. 강정희씨 남편은 강정영씨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고, 2주 전부터 사고현장에서 같이 일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0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는 가운데 전날 물류창고를 덮친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천지일보 2020.4.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0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는 가운데 전날 물류창고를 덮친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천지일보 2020.4.30

강정현씨의 여동생은 DNA검사를 통해 남편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큰 사고였던 탓에 훼손이 심해 신원확인이 힘든 시신들이 있었고, 이 때문에 강정현씨는 아직 남동생의 시신을 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우레탄 발포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정현씨는 사고현장을 둘러보며 그들이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탑차를 보고는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날 사고로 시신이 훼손된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38명의 사망자 중 신원확인이 되지 않은 이는 9명에 달한다. A씨 부부도 조카의 사망 소식을 듣고 시신도 확인했지만, 조카라는 확신이 없었다. 시신이 훼손돼 손발이 없고 상반신만 남았기 때문이다.

“조카의 소식을 아침에서야 들었습니다. 28살 먹은 조카의 시신을 봤는데, 손발이 없고 상반신만 남아 있는 있었어요. 얼굴은 다 타버리고….”

A씨 부부는 앞길이 창창하던 조카의 사망 소식을 이날 오전에야 접했다. 밤새 이어진 희생자 수습에 신분 확인이 아침에야 마감돼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부랴부랴 이천병원으로 이동했지만, 실제 조카의 모습을 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훼손이 심한 조카의 시신은 얼굴도 타서 구별하기 힘들었다. 부부에 따르면 관계당국은 지문 감식을 통해 조카의 신원을 확인해 이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손발이 훼손됐는데 어떻게 지문을 감식했냐고 의문을 표했고, 경찰은 부검을 하겠다고 추가로 밝힌 상태다.

이날 사고로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이었다. 부자가 함께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작업하던 중 불을 피해 밖으로 뛰어내렸으나, 아들만 살고 아버지는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0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유족이 시공사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0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유족이 시공사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30

혼인 신고 한달 만에 남편을 잃은 아내의 사연도 전해졌다. 김모(26)씨의 남편이 이곳 현장에서 일을 한지도 꼭 한달이었다.

사망자는 이천병원과 하늘공원장례식장 등 인근의 7곳으로 안치됐다.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엔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유족과 조문객들이 찾아 조의를 표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쯤엔 물류창고의 시공사 건우의 이상섭 대표가 유족들이 있는 체육관으로 찾아왔다. 이 대표는 유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작년에도 사고가 있지 않았냐”며 이 대표에게 거세게 항의하며 책임을 추궁했다. 계속 울먹이며 사과하던 이 대표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려졌다. 그러나 유족들은 “누가 환자냐” “누가 쓰러져야 하는 상황이냐” “쇼 그만해라”며 강력 항의했다.

이 대표는 도착한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갔다.

화재가 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의 시공사 건우의 이상섭 대표가 30일 유족들과 만난 뒤 실신해 쓰러져 있다. ⓒ천지일보 2020.4.30
화재가 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의 시공사 건우의 이상섭 대표가 30일 유족들과 만난 뒤 실신해 쓰러져 있다. ⓒ천지일보 20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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