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형형색색의 연등이 달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합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형형색색의 연등이 달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합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오전 10시 입재법회… 한 달 간 매일 기도정진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서 ‘봉축점등식’ 진행
조계종 “신도들은 방염지침 잘 지키게끔 할 것”
간격 유지해 참석한 대중 접촉도 최소화하기로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음력 4월 8일인 오늘(30일)은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BC 563~BC 483)의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부처님오신날’이다. 이날은 불교 4대 명절 중 하나로, 매년 서울 조계사 등 전국 사찰에서 봉축법요식이 봉행된다. 그러나 이번 봉축법요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윤달 4월 8일인 5월 30일로 연기되면서 전국 사찰은 ‘부처님오신날 봉축 및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로 대체하기로 했다.

◆불교계, 30일간 기도법회 봉행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태고종 등 30개 불교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기도법회 입재에 돌입한다. 법회는 5월 30일까지 한 달 간 진행된다.

조계사에서 봉행되는 입재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및 대중스님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신도들의 경우 참여는 하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 당국 및 종단의 방역지침을 지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서 조계종은 법당 주변의 소독을 강화하고, 법회에 참석하는 대중들의 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법당의 자리배치도 앞과 뒤, 옆의 간격을 1m 이상 유지하기로 하는 등 참석 대중의 접촉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형형색색의 연등이 달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 불자가 관불의식을 하고 있다. 관불의식은 갓 태어난 부처의 몸을 씻기는 의식이다. ⓒ천지일보 2020.4.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형형색색의 연등이 달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 불자가 관불의식을 하고 있다. 관불의식은 갓 태어난 부처의 몸을 씻기는 의식이다. ⓒ천지일보 2020.4.29

입재식은 명고와 명종을 시작으로 삼귀의와 반야심경, 부처님오신날 봉축예경에 이어 원행 스님, 지현스님, 중앙신도회 이기흥 회장의 서원을 담은 헌등 순으로 진행된다.

원행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의 의미와 코로나19 극복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은 법어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법회 대중은 ‘약사여래경’ 독송과 정근을 통해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함께 기도한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코로나19 치유와 극복을 위한 봉축점등식’이 진행된다. 올해 봉축등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난을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황룡사 9층탑’을 재현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22호인 연등회는 5월 23~24일 진행하기로 했다. 5월 23일에는 동국대 운동장과 종로일대에서 ‘어울림마당 및 연등행렬’을 진행하되, 축제형식이 아닌 국난극복을 위한 희망메시지를 담아 ‘촛불기원’ ‘희망의 등 나누기’를 실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극복과 치유기도’ 회향날인 5월 30일 오전 10시부터는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사찰에서 봉축법요식 및 국민 안전과 국난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회향 법회가 봉행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자년 부처님오신날(4월 30일)을 앞두고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관계자들이 불자들의 소원지를 오색연등에 매달고 있다. ⓒ천지일보 2020.3.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자년 부처님오신날(4월 30일)을 앞두고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관계자들이 불자들의 소원지를 오색연등에 매달고 있다. ⓒ천지일보 2020.3.8

◆이웃 종교계, 축하메시지 발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계와 이웃 종교지도자들은 전날 축하메시지를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종단의 큰 어른) 진제스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반목과 대립을 청산하고, 대통합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용서와 화합으로 이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가톨릭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도 축하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청의 부처님오신날 경축 메시지는 2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교황청은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이들과 그들을 보살피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며 “믿는 이들이 희망과 자비와 사랑으로 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 내도록 용기를 북돋워주자”고 요청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중생에 대한 자비와 인류의 행복을 바라는 종교의 가치는 불교나 천주교 모두 하나라 생각한다”며 “전염병으로 초래되는 불신과 원망, 분노 대신 자비와 평화, 사랑이 세상 곳곳에 퍼지도록 종교계가 함께 힘을 모으고 모범을 보이자”고 덧붙였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맞는 부처님오신날은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근본적 과제를 성찰하며 이웃을 향한 더 깊은 연민과 연대의 자리로 낮아질 수 있기에 더욱 뜻 깊게 다가온다”며 “모든 승가와 불자들께 마음을 모아 축하의 인사들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전염병이 던져준 화두를 놓지 않고 불교와 기독교가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는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는 치유되고 화해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형형색색의 연등이 달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합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형형색색의 연등이 달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합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석탄일 아니라 부처님오신날”

부처님오신날은 그동안 석가탄신일로 불려왔다. 하지만 불교계의 요청에 따라 정부가 2017년 7월 국무회의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해 석가탄신일의 공식적인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변경했다. 다만 여전히 석가탄신일로 혼동해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조계종은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한글화 추세에 부합하도록 제대로 된 공휴일 정식 명칭을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형형색색 연등이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형형색색 연등이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20.4.29

한편 석가모니는 생로병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왕가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고행을 자처해 깨달음을 얻고 80세에 열반에 이르렀다. 석가모니란 석가족(釋迦族)에서 나온 성자(聖者)라는 뜻으로 본래 이름은 ‘싯다르타 고타마’다.

싯다르타 고타마는 고대인도 카필라국의 왕자로 태어났다. 무엇하나 부족할 게 없이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었던 그는 종교적 의문을 해결하지 못해 수행의 길을 떠났다.

그의 뇌리를 건드린 질문은 인간의 ‘생로병사’였다. ‘왜 인간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가’였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안위를 보장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수행의 길을 떠났다. 온갖 고행 끝에 그는 35세 때 보리수나무 아래서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하지만 부처도 생로병사를 해결할 답을 얻지는 못했다.

석가모니의 깨달음 이후 2500년이 훌쩍 지났어도 스님들은 여전히 이 ‘생로병사’와 ‘인간’ 그리고 ‘참나’라는 주제로 수행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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