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이천=남승우 기자] 29일 저녁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물류창고 외벽이 검게 그을려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천지일보 이천=남승우 기자] 29일 저녁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물류창고 외벽이 검게 그을려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유가족, 늦어지는 신원 파악으로 관계자에 항의하기도

소방청 관계자 “아직 신원 파악 못한 사람들 있어”

“화재현장에서 나온 희생자 모습, 너무 참혹해”

화재사고 피해자,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

[천지일보 이천=이수정 기자] “오늘 아침에 같이 커피 마신 친한 동생이 갑자기 연락이 끊겨서 생사조차 확인이 안 돼요. 말이 됩니까….”

29일 대규모 화재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나온 경기 이천시 모가면에 위치한 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현장 인근에 있는 모가실내체육관에 이천시 재난대책본부가 마련한 ‘피해 가족 휴게실’.

이곳에 있는 피해 가족들은 실종된 근로자들의 생사여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하자 침통한 표정 지으며 탄식소리를 연거푸 냈다.

잠시후 신원이 파악된 사망자 명단이 휴게실 뒤쪽 벽면에 공개되자 피해 가족들은 떨리는 손으로 명단에 적힌 이름들을 꼼꼼히 확인했다.

사망자 명단에 실종된 자신의 가족이 있는 걸 확인하자 유가족들은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한 할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이 사망자 명단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두손으로 꼭 잡고 있던 지팡이를 힘없이 놓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중년 부부는 사망자 명단을 확인 후 서로 껴안으며 “우리 아들 어떡해”라고 말하며 오열하면서 주저앉기도 했다.

실종된 근로자의 신원이 파악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다른 피해자 가족들은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에게 왜 빨리 (신원 파악이) 안 되냐며 언성을 높이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오늘 공사장에 투입된 9개 업체 78명 명단에 오빠가 없다”며 “정확한 명단을 시에서 제시하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현장에서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을 찾은 가족들도 초조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자 중 가장 많은 12명이 이천병원으로 이송됐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9시 20분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DNA 채취를 모두 마쳤다.

이들은 “언제 결과가 나오냐”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병원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는대로 알려드리겠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이날 화재현장에서 숨진 근로자들은 심한 1도 화상을 입어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지일보 이천=남승우 기자] 29일 저녁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물류창고 외벽이 검게 그을려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천지일보 이천=남승우 기자] 29일 저녁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물류창고 외벽이 검게 그을려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범위가 넓어서 모든 시신을 수습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아직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실종된 친한 동생을 찾으러 왔다는 한 남성은 초조한 표정으로 “오늘 근무하기로 한 동생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돼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나왔다”며 “현장에 가자마자 큰 폭발음이 계속 들렸다. 화재가 상당히 크게 났다”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화재현장에서 나온 희생자들의 모습이 너무 참혹했다”며 “얼굴이 다 녹을 정도라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었다. 발견된 시신마다 혹시나 (친한 동생일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까지 같이 커피 마시며 얘기를 나눴던 동생인데 지금 생사 확인이 안 되니 발길이 떨어지겠나”라고 불안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이천시는 엄태준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11개반 30명으로 이뤄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유가족 지원과 장례 대책, 외국인 근로자 지원 등에 나섰다.

현장에서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된 노동자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로 숨진 희쟁자들은 총 3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희생자들은 ▲하늘공원 장례식장(6명) ▲효자원(4명) ▲송산장례식장(4명) ▲가남베스트요양병원(3명) ▲곤지암농협장례식장(3명) ▲곤지암연세장례식장(3명) ▲장호원 요양병원(3명) 등에 안치됐다.

[천지일보 이천=남승우 기자]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로 인해 근로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화재현장 인근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피해가족 대기소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4.30
[천지일보 이천=남승우 기자]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로 인해 근로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화재현장 인근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피해가족 대기소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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