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바이러스, 배출기류 타고 확산 가능성 커”

정부 “아직 바이러스 거르는 공식 기술 없어”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실내에 공기청정기 사용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견해와는 달리, 오히려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확산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논문을 한국역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Epidemiology and Health) 최신호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오염물질이 포함된 공기를 기계 아래쪽에서 흡수해 필터를 통과해 정화된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이때 정화된 공기는 멀리 보내야 하므로 흡입구보다 배출구의 풍속이 더 세야 한다. 따라서 배출구 주변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기류가 만들어진다.

만일 공기청정기가 사무실 책상 위가 아닌 바닥에 설치된다고 가정한다면, 배출구 주변에서 기침하거나 비말이 퍼진 경우 상승 기류를 타고 사무실 전체에 폭넓게 퍼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추론의 근거로 자체적으로 예비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는 바닥으로부터 각각 8㎝, 16㎝, 24㎝ 떨어진 채로 인공적으로 비말을 공중에 흩뿌린 뒤 공기청정기를 작동시켰을 때 비말의 이동 방향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가습기 배출구와 상대적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인 24㎝ 높이에서 생긴 비말이 배출구 쪽으로의 이동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기 배출구와 가장 가까운 24㎝ 높이에서 생긴 비말이 배출구 쪽으로의 이동성이 가장 컸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특히 콜센터처럼 밀폐된 공간의 경우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에 합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보고 자칫 공기청정기가 2차 감염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함 교수는 자신이 무증상 감염자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사무실의 공기청정기 주변에서 기침이나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집단감염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지의 위해성을 미리 차단하는 ‘사전예방주의’ 원칙에 따라 코로나19와 관한 한 밀집장소에서의 공기청정기 사용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말 등에 혼합된 채로 바닥에 떨어져 공기청정기의 흡입기 내 필터를 거친다고 할지라도 바이러스를 제대로 걸러낼 수 없어 감염확산 위험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서 정부도 연구팀과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이트인 ‘행복드림’ 코로나19 팩트체크 코너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거르는 공기청정기 기술이 공식적으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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