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9

통합당 전국위, 김종인 비대위 의결

그러나 8월 31일까지 4개월 단기 임기

김종인 측 “위원장 추대로 생각 안 해”

“의사도 확인 안하고 가결시켰다” 지적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우여곡절 끝에 난국 수습을 위해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가결했던 미래통합당이 소속 의원의 말처럼 ‘체면’을 구겼다. 김종인 비대위 내정자가 “전국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다.

통합당은 28일 김종인 비대위 의결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열고 임명 안건을 의결했다. 전체 639명 위원 중 과반인 323명이 참석해 이 가운데 17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80명이다.

남은 그림은 김 내정자가 이를 수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받기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김 내정자는 그동안 ‘대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는 비대위 구성을 원했다. 대선 1년을 앞둔 내년 3월 무렵까지는 비대위 체제로 당을 혁신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조해진 예비후보(밀양·의령·함안·창녕)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서 출마선언 및 홍준표 전 대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해진 당선인. ⓒ천지일보 2020.2.3

하지만 당헌상 통합당은 오는 8월 31일 전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이 규정을 고치지 않은 채 비대위가 꾸려진다면 김 내정자의 계획과는 다르게 4개월 ‘시한부’ 비대위가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헌을 고쳐야 할 상임전국위가 이날 무산되면서 그림이 꼬였다. 정원 45명 가운데 17명만 참석해 상임전국위가 열리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날 전국위가 의결한 김종인 비대위는 4개월 단기 임무만 맡게 된 셈이다.

김 내정자는 당연하게도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김 내정자 측근 최명길 전 의원은 이날 “김종인 대표께서는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김 내정자는 휴대전화도 꺼놓고 두문불출하는 상태로 전해졌다.

이에 통합당은 더 깊은 혼돈에 빠지는 형국이다. 전국위 결정 이후 4.15총선에서 당선되면서 3선이 된 조해진 당선인이 “김 내정자가 지금까지 말한 걸로 볼 때 거부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며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 당 꼴이 우습지 않느냐”고 말한 것처럼 돼버린 것이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도 “당사자가 수용할 지 안 할지도 모르는 것을 일방적으로 표결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안이기 때문에, 의결을 했어도 본인(김 내정자)이 고사하면 무의미한 결정”이라고 말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처음부터 전국위가 열리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조경태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조경태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8

무소속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방금 우여곡절 끝에 상임전국위도 정족수를 못채워 무산됐고, 무산됐으면 전국위도 연기해야 하는데 이를 강행했다”며 “이례적인 기립투표로 전국위원 639명 중 177명이 찬성해 겨우 27.7% 지지로 비대위원장을 선출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오전 당선자 총회에서 대다수가 반대의견을 냈고, 상임전국위가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이 됐으면 전국위를 열면 안 되는 것”이라며 “'8월 31일 임기의 비대위에 동의하는지 내정자에게 확실히 물어보지 않고 억지로 절차를 밟았다.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일단 심재철 원내대표(현재 당대표 권한대행)는 김 내정자를 계속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통합당이 수습에 성공해 이 혼돈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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