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몇 년 전 미국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는 아들집에 간 김에 가족과 함께 명관광지 ‘그랜드 캐니언’을 보러간 적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숙소를 정해놓고 하루 일정으로 그곳을 다녀왔는데 가는 길목에 위치한 후버댐에 잠시 들려 구경을 했다. 전에 책에서나 또는 정보를 통해 후버댐이 로키산맥에서 발원해 캘리포니아만으로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 협곡을 막아서 만들었다는 것, 또 미국 경제공황시 그 타결책으로 건설했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후버댐을 보니 그 규모면에서 놀랐다. 국내의 유명한 소양댐과 비교해보면 후버댐 저수량이 약 320억톤으로 소양댐으로 만들어진 소양호의 10배가 넘으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가 있다. 

후버댐이 유명한 것은 높이 221m, 길이 411m의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댐 규모이지만 이 댐의 완공으로 인해 미드호(Lake Mead)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인바, 이 호수는 길이만 180㎞에 최고 깊이가 162m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이다. 후버댐과 미드호는 미국 서부지역의 주요상수원 기능을 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주 등 미국 서남부를 먹여 살리고 있는 주요 자원으로 기능할뿐더러 특히 캘리포니아지역의 거대한 농업용수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후버댐의 본래 이름은 볼더댐이다. 1929년 미국에서 경제공황이 닥치기 전인 후버 대통령 시절부터 이 댐을 만들려고 계획했으나 공황이 닥쳐 실행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 루즈벨트 대통령이 경제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표적인 사업으로 후버댐을 만들었는바, 1936년에 시작해 1936년에 완공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경제대공황 = 루즈벨트 대통령’이라는 등식인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 경제공황을 이겨내기 위한 정책이 후버댐 건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괄목할만한 일은 후버댐 건설용 시멘트가 굳기까지 10년이 걸리는데 당시 신공법을 개발한 덕택에 5년 만에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후버댐은 공사 당시나 공사가 끝난 지금도 댐 역할 이외에도 관광명소로써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보러오는 관광객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경제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후버댐을 만들었지만 후버댐 덕분에 사막 한 가운데의 관광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탄생했으니 이리저리 볼거리가 됐다.     

후버댐과 관련해 미국사회에 전해지는 명언이 있으니, 루즈벨트 대통령이 후버댐을 보고난 뒤 감탄한 연설문이다. ‘나는 왔고 보았고, 정복당했습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이 위대함에 말입니다….’ 이 말은 미국의 ‘사막속의 명소’인 후버댐 완공식에 참석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후세에까지 이 말이 회자되면서 후버 대통령이 후버댐을 건설하려했지만 경제대공황을 만나 재선에 실패했고, 다음 대통령인 루스벨트가 후버댐 건설 등으로 불황 경제를 극복한 그 공으로 재선하고 또 명언까지 남기었으니 운이 좋고 복도 많은 대통령임엔 틀림없다.   

1929년 발생한 미국의 경제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 일환으로 후버댐 공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이에 힘입어 실업자가 구제되고 경기가 부양됐으며 국가기반시설까지 갖춰졌으니 뉴딜정책, 혹은 뉴딜사업은 이후 세계 각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타결하기 위해 사용해 성공한 것이 한 두 사례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녹색뉴딜’이란 정책으로 4대강살리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지금의 효과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당시에는 성공적인 뉴딜사업이라 평가받았던 것이다.   

지금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무너지면서, 국내에서도 실업자가 속출하면서 경제가 침체 속에 빠져들고 있다. 올 1분기 성장률 –1.4%로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이고, 실업자 다량 발생으로 민간소비는 –6.4%로 외환위기 후 최대 하락치를 보이고 있으니 코로나 쇼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정부와 기업, 국민이 크게 걱정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결하기 위해 ‘한국판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세부계획안은 정부가 발표하겠지만 우선 40조원 규모로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긴급 조성하고 일자리 55만개를 새로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업과 고용안정을 위한 모두 85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통해 더 이상 실업대량 발생이 생겨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인바,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게 어려운 상황을 맞아 정부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한국판 뉴딜’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의 임무는, 정부 역할은 민안(民安)에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정부가 실업구제, 경기부양, 국가시설 구축이라는 일석삼조(一石三鳥)를 위해 완전무결한 계획을 세우고 조기 집행해야한다. 들리는 말로는 55만개 일자리 중 40만개가 산불감시원 일자리라는 소문인바, 이런 미봉책으로서는 안 될 것이다. ‘뉴딜’다운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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