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기득권 종교계가 마녀사냥으로 자신들의 권세를 지켰다면, 현대판 마녀사냥 즉 이단규정이 한국교회의 기득권을 공고히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림은 마녀로 판명된 여인을 화형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삽화. (출처: 위키피디아) ⓒ천지일보 2019.2.11
중세시대 기득권 종교계가 마녀사냥으로 자신들의 권세를 지켰다면, 현대판 마녀사냥 즉 이단규정이 한국교회의 기득권을 공고히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림은 마녀로 판명된 여인을 화형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삽화. (출처: 위키피디아) ⓒ천지일보 2019.2.11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코로나 사태 100일이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31번 환자도 코로나 사태 100일을 며칠 앞둔 지난 24일 퇴원했다. 31번 환자가 신천지 대구교인이고, 그곳에서 수천명의 집단감염이 확인된 순간 온 나라는 31번과 신천지를 코로나19의 진원지라며 마녀사냥하기 시작했다. 신천지에서 코로나19가 발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신천지 신도 중 확진자가 많이 나왔으니 신천지 신도들이 코로나 진원지라는 억지 논리로 지난 2월 18일부터 신천지에 대한 마녀사냥은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마녀사냥은 이단 척결을 이유로 시작됐지만, 반대파 숙청을 위한 종교적 정치적 수단으로 효과를 발휘했다. 마녀로 지목되면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고, 마녀 편을 들면 그도 마녀로 몰리기 때문에 편드는 자도 없었다. 마녀로 지목된 결과는 죽음뿐이었다. 처음에는 마녀의 존재를 믿지 않던 이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마녀가 실제 있다고 믿었다.

◆마녀사냥에 익숙해진 대중을 읽은 정치인들

11세기 마녀사냥이 시작된 이후 18세기 초까지 무려 700여년간 마녀사냥은 지속됐다. 11~12세기 막대한 권력을 가진 로마가톨릭은 이단을 심판하기 위해 ‘종교재판’을 시작했다. 당시엔 로마 가톨릭 외에는 다 이단이었다. 재판관들은 이단을 뿌리 뽑겠다며 금요일에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유대인으로 몰아 화형하는 등 황당한 이유로 종교적 공포정치를 시작했다. 급기야 15세기 후반 교황 인노첸시오 8세는 악마와 계약을 맺은 마녀가 실제 존재하며 이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즈음 신학자이자 종교재판관이던 하인리히 크라머와 야콥 슈프랭거가 마녀에 대한 학설을 총망라해 쓴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라는 책도 출간했다. 교황의 주장을 신학자가 이론으로 뒷받침하면서 유럽인들은 마녀가 실제로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마녀를 색출해 죽이는 것이 그들의 신앙과 가족, 마을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마녀사냥꾼을 절대적으로 믿고 옹호했다. 이런 대중의 의식을 읽은 일부 정치 세력은 종교재판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했다.

◆마녀사냥 창궐 시점, 개신교 등장기

유럽 전역에서 마녀사냥이 절정에 이르렀던 1585년~1635년 사이 약 50년 동안에만 마녀사냥으로 처형된 희생자는 최소 50만명에서 최대 9백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이 가톨릭과 개신교 간 종교 갈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2018년)했다. 미국 버지니아 조지메이슨대학교의 피터 리슨과 제이컵 러스가 재작년 발표한 연구 결과로 1300년부터 1850년까지 중세 유럽의 마녀재판 8만건과 기독교 종파 간 전투 400여 개의 시기와 장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들 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피터 리슨과 제이컵 러스는 마녀사냥이 가톨릭과 개신교 간 개종 경쟁에서 더 많은 신도를 확보하기 위한 홍보 정책의 일환이라고 결론 내렸다. 당시 로마가톨릭의 부패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개신교를 마녀로 몰아, 로마가톨릭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종교적 수단이었던 셈이다.

특히 가톨릭과 개신교 간 분쟁이 치열했던 독일과 스위스에서 마녀재판이 가장 빈번하게 벌어졌으며 처형된 사람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스위스는 장로교 창시자인 칼빈이 종교국 수장으로 있던 곳이다. 칼빈은 자신이 만든 교리와 다른 주장을 한 사람들은 모두 이단으로 몰아 마녀사냥을 했다.

하지만 외형적으로는 청빈하고 금욕적인 삶을 살았기에 많은 이들이 현재까지도 그를 추종하고 있다. 칼빈은 전염병이 돌자 자신의 반대파들이 전염병을 퍼뜨린다고 소문을 내 ‘마녀재판’을 하고 숙청했다. 칼빈은 장로교 창시자이며, 우리나라 개신교의 80%는 장로교로 칼빈과 같이 극히 주관적인 이단 잣대로 반대파를 숙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대구교회. ⓒ천지일보 2020.2.18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대구교회. ⓒ천지일보 2020.2.18

◆현재도 먹히는 마녀정치학

11세기 로마가톨릭에 의해 시작돼 18세기까지 이어진 마녀사냥엔 공통점이 있다. 그 특성은 시대마다 반복적으로 정치인들에 의해 재탕됐다. 마녀사냥은 기득권이 소수를 대상으로 자행한다는 측면에서 잘 먹힌다.

일제강점기에 관동대지진이 일어나 민심이 요동치자, 일제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는 거짓말을 퍼뜨려 정부에 대한 불만을 조선인들에게 돌리도록 만들었다. 이 일로 당시 수천명의 조선인들이 이유없이 희생을 당했다. 히틀러 나치의 유대인 학살도 코로나19 관련 31번 확진자와 신천지에 대한 마녀사냥 역시 그간의 마녀사냥과 특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중세 부패한 가톨릭처럼 현재 한국의 교회와 성직자들은 부패할 대로 부패해 있다.

목회자 20%는 범죄자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수년간 전문직 성범죄 1위를 고수하는 것도 목회자다. 교인들의 피같은 헌금으로 세운 교회를 사유재산처럼 세습하고, 일부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온갖 모양의 건축헌금을 강요해 교인들이 빚더미에 앉게 한다. 설교는 세상 이야기만 하고, 교회는 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복 받으러 가는 곳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부패한 교회에 실망한 신도들이 말씀을 찾아 헤매다 만난 곳이 ‘新天地’라는 것이 신천지 신도들의 공통된 간증이다. 그래서 해마다 수만명씩 급성장했고, 지난해는 무려 10만명 이상이 수료하는 것을 온 세상이 봤다.

이런 신천지를 보면서도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기성교회 목회자들과 기득권에게 ‘코로나19’는 절호의 기회를 안겼다. 신천지를 부술 수 있는 최고의 명분을 만난 셈이고, 여기에 정치권과 언론까지 장단을 맞춰주니 신이 준 기회라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천지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에서 묻혀오지 않았고, 퍼트리지 않았고, 31번도 신천지도 문 열어둔 방역의 피해자라는 것이 팩트다. 기득권에 편승해 피해자를 범죄자로 모는 정치적 마녀사냥이 지금은 잠시 통할지 모르나, 역사가 증명하듯 마녀사냥은 사냥꾼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여전히 거짓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세상만사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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