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여성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빛나고 있다. 왼쪽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출처: 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속 여성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빛나고 있다. 왼쪽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출처: 뉴시스)

차이잉원·메르켈·아던 등

여성 지도자들 코로나 대응 A+

초기 공격적 대처 치명률 낮아

“유리천장 깬 여성들 배로 노력”

[천지일보=이솜 기자] 뉴질랜드와 독일, 대만, 핀란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 사례로 꼽히는 곳으로, 모두 여성 지도자들이 국정을 이끌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둘러싼 여성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는 최근 몇 주 동안 코로나19 위기 대처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나라들과 여성 지도자들 사이의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지적하는 기사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포브스는 ‘왜 여성 지도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뛰어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전염병 사태에서 가장 결단력 있고 침착하다는 것을 보여준 지도자들은 여성이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날 영국 언론 가디언 또한 ‘여성 지도자들이 코로나19 위기관리에서 더 성공적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이들을 조명했다. 미국 방송 CNN, 워싱턴포스트(WP), 더힐, 포춘지, 캐나다의 CTV뉴스 등도 코로나19 위기 속 여성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긍정 평가했다.

이들이 주목한 여성 지도자들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차이잉원 대만 총통,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이다.

포브스는 대만이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고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성공한 드문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작년 12월 말 중국 우한 주민들이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모든 우한발 항공기를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중국의 반발에도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며 여행제한을 시행하고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인구 2400만명의 이 지역에서는 총 확진자가 불과 500명도 나오지 않고 사망자도 10명 미만으로 현저하게 낮은 발병률을 기록했다.

뉴질랜드를 이끄는 저신다 아던 총리도 초기 봉쇄와 최대 경계수준을 빠르고 명확하게 결정했다. 당시는 겨우 6건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른 시기임에도 뉴질랜드에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자가격리를 명령했고 곧이어 외국인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국내총생산(GDP)의 5.6%를 차지하는 관광업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국경을 걸어 잠근 것이다. 이에 뉴질랜드는 코로나 19 사태에 겨우 6명의 사망자만 냈다. 또한 아던 총리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민들과 자주 소통하며 “집에 머물며 생명을 구하자”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했고, 이 공동책임에 대한 강조는 나라를 하나로 만들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도 신속하게 대응책을 강구했다. 유럽 국가들 중 최초로 코로나19 관련 대응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공격적인 코로나19 대규모 검사 역량과 풍족한 집중치료 병상을 통해 코로나19 치명률을 유럽 내 최저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메르켈 총리의 솔직하고 개인적이었던 대국민 담화도 긍정 평가를 얻고 있다. 그는 담화를 통해 코로나19가 세계2차대전 이후 이 나라의 가장 큰 도전이며, 최대 70%의 시민들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양자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메르켈 총리가 정부의 폐쇄 조치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는 동영상도 온라인에서 공유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덴마크는 유럽에서 국경을 폐쇄하고 조기에 봉쇄 조치를 취한 첫 번째 국가였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또한 위기 상황 가운데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 정책을 시행했다. 학교와 상점, 미용실과 같은 소규모 사업체들을 시작으로 일부 폐쇄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는 “과학자들이 큰 의학적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며 공중보건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노르웨이 국경의 조기 폐쇄와 철저한 검사 계획이 코로나19 확진을 억제할 수 있었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뿐 아니라 북유럽 5개국 중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지도자가 여성인 4개국이 유럽 내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코로나19 위기에 뛰어든 여성이 모두 국가 지도자들은 아니라며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소개했다. 정 본부장은 세계에 코로나 역할 모델을 만든 ‘시험, 추적, 억제’ 전략을 감독한 후 국가의 아이콘이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또 카리브해 네덜란드령 섬나라 신트마르턴의 실베리아 야콥스 총리의 사례도 소개하며 “움직이지 말라는 그의 무뚝뚝한 메시지는 단호한 행동,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이 정도 규모의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방어하려면 한 사람 이상의 역량이 필요하다”며 “전략적 대응을 효과적으로 전개하는 것은 공중보건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말을 경청할 용의가 있고, 필요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는지에 달려있다. 이는 이론상 명백한 접근법이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지도자들이 전염병 사태 속 좋은 결과를 내는 데 관련 전문가들은 “놀라울 정도로 (성별에 따른 사례가)불균형적으로 대표된다”고 인정하면서도 “남성과 여성 지도자들을 같은 범주로 나누는 것은 실질적으로 유용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캐슬린 거슨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지도자들이 정부에서 상대적인 지지와 신뢰가 있는 정치 문화에서 선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그 가운데 이미 유리한 출발을 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가디언은 여성에게 불리한 유리천장을 깨고 리더가 된 여성은 같은 위치에 오른 남성보다 유능할 가능성이 더 높고, 리더로서 인정받으려면 남자들보다 배로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과도 좋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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