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측 “영상 분석시간 필요”
총선 전엔 “총선 이후 하자”
피고인 별 영상 재분류도 요구
검찰 “수사보고서에 다 정리”
재판부, 추가 공판준비기일 잡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4.15 총선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미래통합당(전신 자유한국당) 측 재판이 또 지체됐다. 28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통합당 측이 “증거 영상 분석 시간이 필요하다”며 공판준비기일을 더 요구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등 통합당 측 재판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 재판 전 향후 원활한 재판을 위해 유무죄 입증에 대한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이다.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통합당 의원 중 출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날 통합당 측 변호인단은 “총선 이후 증거를 충분히 살펴볼 시간이 부족했다”며 “피고인들이 사건 당시를 기록한 영상을 검토해 사실관계를 인정할 시간을 달라”고 주장했다.
통합당 측 변호인단은 총선 전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피고인들 다수가 현역 의원으로, 총선이 채 2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선거 준비에 몰입한 상태”라고 총선 이후 재판일정을 잡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시간적 어려움이 더 남아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이들은 ‘검찰이 새로 보낸 영상 자료만 해도 900여㎇(기가바이트)에 달한다’ ‘피고인이 27명이고 각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수백명에 이른다’는 등 피고인 별로 혐의에 대해 검토하고 대조해야 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검찰 측에서 영상 등 증거자료를 피고인별로 공소사실에 맞게 분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저희가 수사단계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각 피고인과 각 등장인물별로 수사보고서를 발송했고, 그걸 특정을 했다”며 “이를 보면 주요 공소사실이 언제 있었는지와 해당 인물이 어느 영상의 몇 분 몇 초에 나오는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를 별도로 분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수사보고서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도 “공판준비기일이 재판을 지연하려는 도구로 쓰여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통합당 측 변호인단이 추가 변호인 선임 문제도 준비시간 부족의 원인으로 꼽자 “변호사 선임이 늦은 것은 피고인의 책임이며 우리는 그것까지 고려할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 지연’ 의심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재판부는 결국 변호인단의 의견을 받아 6월 1일에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 재판엔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강효상·김명연·김정재·민경욱·송언석·윤한홍·이만희·정갑윤·정양석·정용기·정태옥·곽상도·김선동·김성태(비례)·김태흠·박성중·윤상직·이장우·이철규·장제원·홍철호 의원, 한국경제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은재 의원, 의원들의 보좌관 3명 등 모두 27명이 피고인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검찰개혁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국회 처리 당시 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은 ‘육탄방어’를 펼치며 국회통과를 막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 등이 벌어졌고, 검찰은 수사 끝에 통합당 27명과 더불어민주당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기소된 통합당 의원 중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곽상도·김정재·김태흠·박성중·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철규·장제원 의원 등 총 9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