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7일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북미 대화 교착 장기화 상태

文대통령 “작은 일이라도 실천”
정부는 동해북부선 사업 추진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남북 정상이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한 지 2주년을 맞았지만,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이렇다 할 물꼬를 트지 못하는 형국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을 함께 넘으며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들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향해 나아가자고 약속했다.

이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은 한층 커졌다.

그러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북미대화는 교착 상태를 면치 못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고리로 북미대화를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 공동 등재, 남북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위한 남북의 공동 노력 등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렇다 할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등 남북관계는 살얼음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내용을 담은 '판문점선언'을 국내외에 천명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9.4.27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내용을 담은 '판문점선언'을 국내외에 천명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제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9.4.27

이제 정부 여당은 4.15총선 승리를 지렛대로 삼아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는 현실적 제약 요인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끊임없이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에 공동 대처하는 협력에서 시작해 가축전염병과 접경지역 재해 재난, 기후환경 변화 공동 대응하는 등 생명의 한반도 위한 남북교류와 협력이 적극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가 열리면 야당의 반대로 하지 못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부터 다시 추진해야 한다”면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은 한반도 평화의 역진을 막는 법적 담보이자, 평화를 추동하는 엔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업비 총 2조 8520억원에 달하는 동해북부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0년부터 추진됐던 남북철도 연결 사업의 일환이다. 오는 2021년 말 착공할 계획이며, 지난 23일 남북협력사업으로 지정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가능해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우리 경제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동해북부선 사업과 함께 한반도 철도망과 대륙 철도망이 완성될 경우, 역내는 물론 동북아 경제공동체 형성에 이어 교통·물류·에너지 협력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도 북한이 호응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돌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변수로 부상했다. 군 당국은 연례적인 훈련이라고 밝혔지만, 한미연합훈련의 재개 역시 변수로 지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두 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북한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경이 폐쇄되고 경제가 어려운데다 김 위원장의 행방 역시 묘연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정부가 교류협력의 의지를 피력했어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4.27판문점선언 2주년, 한반도에도 봄은 오는가’란 제목의 글에서 “북한은 우리가 원한다고 남북관계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은 금년에 경제개발 5개년 전략 성과거양을 위해 정면돌파전을 통해 잘 마무리하고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거행, 2021년 제8차 당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마저도 코로나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북한은 남북관계에 나설 시간적 물리적 여력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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