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빌딩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 치료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0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빌딩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 치료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0

[인터뷰]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회장

 

코로나19 고령환자 치명적, 전세계 하루 6000여명 사망

“줄기세포로 손상된 폐 치료, 자가면역 기르는데 시간벌어”

환자세포 배양 후 다시 투여, 곧장 폐로 이동해 회복 효과

 

“의사는 자기 지식 총동원해 환자 위한 최선의 진료 펼쳐야”

“코로나19환자 목숨 달린 일, 줄기세포치료 적극 시행해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하루 약 6000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발생한 폐질환은 특히 고령 환자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해 소중한 생명을 빼앗고 있다. 그런데 만약 손상된 폐를 살려낼 수 있다면, 폐 기능을 원래대로 재생시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도록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고 사망률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질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확신 있게 답하는 의사가 있다. 바로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희영 박사다.

그는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로서 제50회 발명의 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2011년 글로벌보건산업기술유공자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2007년과 2006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기술대전 우수상, 2005년 제1차 한국의과학상 표창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바로일성형외과 자문의와 바이오기업 메디칸㈜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이 박사는 “줄기세포가 손상된 폐를 치료해 자체적인 바이러스 면역을 기르는 데 시간을 벌어준다”며 “코로나19로 망가진 폐를 회복하는 데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치료법은 환자의 몸에서 떼어낸 줄기세포를 배양해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맥으로 들어간 세포는 가장 먼저 폐순환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손상된 폐 부위에 붙어 새로운 폐 세포 조직으로 변형되면서 정상적인 폐 기능을 회복하게 만든다.

이 박사는 “줄기세포 치료는 손상된 폐 조직을 치료해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며 “코로나19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폐질환을 일으키는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 감염증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우리 몸의 골수에서는 줄기세포를 1초에 100만개씩도 만든다. 곧바로 전신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는 젊은 사람에 해당한다. 나이가 들면 골수가 점차 그 기능을 잃어간다. 줄기세포 수는 200분의 1로 줄어들고, 세포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잘 분열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고령자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박사는 “나이가 많을수록 세포가 잘 자라지 않으니 이 줄기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서 마치 큰 밭에 씨를 뿌려서 대규모 수확을 하듯 세포를 대규모로 배양해서 다시 몸 안으로 넣어 회복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회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 치료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0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회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 치료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0

그러면서 그는 손상된 폐를 회복시키는 데는 상당한 양의 세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박사는 “일단 ‘폐’라는 장기는 크기가 크다. 보통 1㎏당 최소 100만개의 세포가 유효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는데 폐의 무게를 보면 건강한 성인의 폐 무게가 1.18㎏(오른쪽 620g, 왼쪽 560g) 정도”라며 “즉 최소 100만개 이상의 세포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정부가 많은 힘을 쏟고 있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고,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백신이나 치료제로 손상된 폐를 회복시킬 순 없다”며 “환자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를 죽여도 망가진 폐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손상된 폐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가 이 같이 세포치료의 효과를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먼저 자신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고, 이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환자에게 적용해 치료를 했던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극심한 협심증을 갖고 있었다. 치료를 생각하며 문헌을 찾다가 줄기세포에 대해서 알게 됐고 ‘내 세포(자가세포)를 내가 키워서 나에게 주입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세포배양과 자신을 대상으로 한 세포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이 박사는 “2년간 꾸준히 배양해 주기적으로 투여한 결과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됐다”며 “그때 당시 효과를 보고 나서 성형수술을 집도할 때 환자의 코에서 나타나는 괴사를 보고 환자의 몸에서 세포를 뽑아서 배양하고 그 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넣어준 결과, 잘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가 코로나19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며 세포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정맥에 투여되는 줄기세포가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곧장 폐로 간다는 점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세포는 필요 없는 곳에는 붙지 않는다. 우리 몸에 문제가 있는 곳이 있다면 그 곳에 붙어 살 속을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이 박사도 자신의 심장을 치료하면서 이 방법으로 치료했고 특별한 수술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정맥으로 투여돼 곧장 폐로 들어간 세포는 1~2일 붙잡혀 있는데 폐에서 별로 쓸 일이 없다고 판단하면 밀어낸다. 밀려난 세포는 우리 몸을 돌며 필요한 곳에 가서 붙는다.

이 박사는 “코로나19가 간이나 콩팥, 뇌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라고 가정한다면 줄기세포로 치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코로나19는 폐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니까 세포치료술이 딱 맞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좋은 치료법이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세포치료술은 우리나라가 제일 발달했다. 지방줄기세포 임상실험도 미국보다 몇 십 배가 많을 텐데 지금 중국도 시행하는 것을 우리나라는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박사는 줄기세포 치료가 적극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세포배양이 ‘불법’이라고 잘못 알려진 탓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검사는 의료시설로 허가를 받지 않은 공간인 운동장에서 시행됐기에 엄밀히 말해서 불법”이라며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달린 급한 사안이기에 의사들의 결정에 따라 시행됐다. 하물며 드라이브 스루도 시행되고 있는데 불법도 아닌 줄기세포 치료를 불법이라고 하며 막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의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최선의 진료를 펼쳐야 한다”며 “코로나19 환자의 생명이 달린 일인 만큼 줄기세포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시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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