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두환씨(89)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공판기일이 열린 2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전씨가 출석한 출입구 앞에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제창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두환씨(89)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공판기일이 열린 2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전씨가 출석한 출입구 앞에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제창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기자회견
“전두환 회고록 국가권력 불법 찬탈”
“전두환 범죄행위, 일벌백계 삼아야”

“진실 밝히지 못하고 5.18 40주년”
백발 유가족 시위 참여 ‘구속촉구’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이런 양심도 없는 XX…. 뭐? 통장에 29만원밖에 없어? 그런데 골프 치러 잘도 다니더라!”

전두환(89)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공판기일이 열린 27일 광주지방법원 앞에 모인 5월 단체 어머니들이 전씨의 흉상을 때리며 울분을 토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한쪽 눈을 잃은 애꾸눈 광대(5.18 기념극)로 유명한 이지연씨는 무대 분장을 하고 나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했지만,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전두환씨의 흉상을 강타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특히 1980년 5.18당시 가족을 잃고 살아온 백발의 어머니들은 노구의 몸을 이끌고 ‘소복 차림’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한 어머니는 양손에 뿅망치를 들고 “우리 남편, 자식이 당신 때문에 죽었다”며 전씨의 흉상에 분노를 표출했다.

5월 3단체(5.18민주유공자유족회·5.18민주운동부상자회·5.18구속부상자회)는 이날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씨의 법정 구속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에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왜곡을 담을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을 불법으로 찬탈하고 국민을 학살한 그 모든 책임과 진실을 확인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형사 재판일인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임시 감옥 안 전두환 동상을 신발로 때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형사 재판일인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임시 감옥 안 전두환 동상을 신발로 때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단체에 따르면, 1997년 4월 대법원은 이미 전씨를 내란 및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사법부도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몰아 관련 피해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던 스스로의 죄과를 털어내는 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법이 부당한 권력의 강자 앞에 국민기본권을 유린하는 데 악용돼 온 불행했던 역사를 수없이 경험했다. 이젠 사법부가 이러한 과거의 불행을 걷어내는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두환의 법정구속과 가중처벌로 사법부의 단호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1979년 국가반란과 내란선동을 명령한 전두환, 1980년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사람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그는 5.18민중항쟁을 폭동이라는 거짓으로 모욕했다고 이어갔다.

이들은 전씨가 받고 있는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전두환이 자신의 회고록에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와 5.18민주유공자들을 비롯한 광주시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라고 단정했다.

5월 3단체 관계자는 “전두환의 역사와 진실의 왜곡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악의적 왜곡과 폄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부 극우세력들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전두환의 범죄 행위에 대해선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일인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5월 어머니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외치며 흐느끼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일인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5월 어머니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외치며 흐느끼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광주 5.18 서포터즈 ‘오월잇다’ 회원들은 전씨의 재판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5.18민중항쟁의 진실은 이 나라의 하늘이 알고 이 땅에 사는 국민들이 알고 있다”며 “지금 이 시점까지 가소롭게도 범죄사실을 부인하며 사건을 은닉하려는 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월 잇다’ 이한주·노애진 회원은 “우리는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친 영웅들의 후손으로서, 왜곡 당하는 역사에 분노함이 마땅하며 이러한 분노를 발판삼아 죄인 전두환의 추악한 실태를 알리고, 사죄를 받아내기 위한 투쟁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광주지방 법원 앞에선 보수성향 단체 회원이 차량 확성기를 통해 이용섭 광주시장 등을 비난하는 말을 하자, 5.18단체 회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몸싸움은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6일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 관련 성명을 통해 “오월 영령들과 유가족들의 피맺힌 한이, 광주시민의 울분과 분노가 전두환을 다시 역사의 심판대에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 5월, 무고한 광주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최초의 발포 명령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아직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사죄와 반성을 모르는 후안무치의 전두환을 심판대에 다시 소환한 이유”라고 광주시민의 분노를 대변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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