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안동=원민음 기자] 지자체 관계자와 봉사자들이 27일 안동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한 축사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 안동=원민음 기자] 지자체 관계자와 봉사자들이 27일 안동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한 축사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강한 바람 타고 옆 산 번져

화마 덮친 농가 잿빛투성이

“인명피해 없지만 처참해”

[천지일보 안동=원민음 기자] “안동에서 살아오면서 항상 푸른 산만 보면서 자라왔어요. 근데 이젠 검은 빛만 남아있네요. 급하게 대피하느라 옷 한 벌 걸치고 부랴부랴 대피했는데 축사가 이런 걸 보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안동시 풍천면에서 시작된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고 옆 산까지 번지면서 고하리 일대는 일순간에 화마에 휩싸였다. 27일 안동시 풍천면 고하리에서 만난 주민 연인선(가명, 40대, 남)씨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축사 안에서 복구 작업을 하다 이같이 말했다.

연씨의 축사는 화마로 인해 뼈대만 남아 화재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호스가 있던 자리나 사료가 있던 자리도 모두 다 잿빛으로 쓸 만한 게 없었다.

연씨는 “항상 행복하게 자식 같은 돼지들을 돌보며 살아왔던 곳이다. 근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다 이렇게 타버렸다”며 “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몸도 마음도 이루 말 할 수 없이 괴롭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농사철에 사용하려고 놔둔 재료와 농약, 농기계까지 다 불타서 농사도 걱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안동=원민음 기자] 27일 오후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가 불에 다 타버려 뼈대만 남아 있다. 경북도와 남부지방산림청은 이번 산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림 800㏊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 안동=원민음 기자] 27일 오후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가 불에 다 타버려 뼈대만 남아 있다. 경북도와 남부지방산림청은 이번 산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림 800㏊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4.27

화마가 삼킨 것은 단순 연씨의 집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는 마을 곳곳에 불타버린 나무들이 보였다. 또 창고나 차량에 그을린 자국들이 산불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풍천면 고하리 바로 옆에 있는 단호리에 사는 정재섭(81, 남)씨도 산불이 나던 때를 회상하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는 “대피할 당시에 낮인데도 연기가 자욱해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집에서 불과 5m도 안 되는 곳에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어 정말 무서웠다”며 “집사람과 함께 옷 한 벌만 걸치고 무작정 뛰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사히 다시 마을로 올라가서 보니 집은 다행히 남아 있었다. 인명피해가 없는 게 천운이지만 농가는 처참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빨리 복구가 완료되고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안동=원민음 기자] 27일 오후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일대 산이 잿빛으로 변해있다. 경북도와 남부지방산림청은 이번 산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림 800㏊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 안동=원민음 기자] 27일 오후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일대 산이 잿빛으로 변해있다. 경북도와 남부지방산림청은 이번 산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림 800㏊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4.27

진화가 완료된 화재 현장에는 재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화재 현장 곳곳에는 잔불을 정리 중인 지자체 관계자들과 소방대원들이 보였다.

진화작업에 한창이던 소방대원인 안재홍(가명, 40대, 남)씨는 “불이 무서운 속도로 산을 태우고 바람이 강하게 바뀌자 다시 산 이쪽저쪽을 옮겨 다녔다”면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불이 약해 보여도 잔불을 정리하지 않으면 더 큰불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큰불은 헬기 진화가 필수적이다”며 “헬기를 통해 불길을 잡긴 했지만 아직 날씨가 건조해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헬기가 물을 담아 산 위로 진입해 물을 퍼부었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해 산림 약 800㏊가 소실됐다. 800㏊는 축구장 면적의 약 1100배가 넘는 크기다. 또한 주택 3채, 축사 3동(돼지 830여 마리 폐사), 비닐하우스 3동, 창고 2동 등이 피해를 입었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소방장비와 헬기 32대, 소방관 등 인력 37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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