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우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 국장이 27일 오전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요청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회의실에서 조사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박병우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 국장이 27일 오전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요청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회의실에서 조사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영오씨 사찰하는 등 혐의”

“조직적 여론전환 시도 추정”

국정원직원 5명 등 수사요청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박근혜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단식 농성했던 김영오씨 등을 사찰하고, 유튜브·일베 등을 통해 정국전환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27일 특조위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 5명과 불상의 국정원 직원 20명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박병우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은 “특조위가 입수한 자료로만 총 215건의 일일 동향 보고서와 여론지도, 보수단체의 대응 제언까지 담은 다수의 주제보고서를 국정원이 참사 직후부터 작성해 보고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조위가 이같이 국정원의 사찰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며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지난 2014년 8월 25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국정원에 의한 유가족 김영오 사찰 의혹’을 제기한 기자회견을 가진 지 6년 만이다.

세월호 유가족인 김영오씨는 지난 2014년 7월 14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난 8월 16일 그는 광화문 광장에서 방한한 교황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특조위는 당시 김영오씨가 주목을 받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비판 여론을 키우는 것이라고 판단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 전환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7

이에 대한 근거로 특조위는 국정원이 김씨가 교황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 2014년 8월 21일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 장기화 관련 여론’ ‘단식농성 세월호 유가족 주치의 관련 사항’ 등 내부보고서를 만든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국정원 내부보고서에는 ‘서울시립동부병원장, 김영오 생명 이상 없을 것으로 언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조위는 당시 국정원 현장직원이 서울시립동부병원장에 찾아간 병원 CCTV 영상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 8월 24일 국정원이 ‘보수권, 세월호 정국 주동 ‘김영오’ 실체 집중 폭로 계획’ 등의 내부보고서도 작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에는 국정원이 이른바 ‘건전 언론’과 여론 등으로 지칭한 ‘보수권’이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에 맞서 대응하고 있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사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즉 국정원이 청와대에 여론을 이용한 정국전환과 관련한 제언을 했다는 것이다.

박 국장은 “국정원이 반대 여론을 형성하면서, 정국전환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과 민간인들에 대한 정보수집·사찰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등에 보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또한 국정원이 불상의 유튜버 아이디를 사용해 ‘세월호 정국을 마무리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나아가자’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한 혐의도 있다고 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국정원은 해당 영상이 일베나 독립신문 등의 소개된 것과 조회수 1만건이 넘은 것 등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보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특조위 비상임위원인 황필규 변호사는 “(해당 동영상) 확산 계획과 진행 중이라는 문서에서 일베가 언급됐다”며 “유력 관전 사이트 일베와 독립신문에 전파하겠다는 계획을 국정원이 직접 언급하고, 실제로 전파되고 있다고 확인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특조위는 해당 내용을 검찰에 전달해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박 국장은 “수사요청서에 혐의가 특정된 국정원 전·현직 직원 5명과 불상 직원 20명을 지목했다”며 “수사기관인 검찰이 직접 나서 더 세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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