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의 CNN방송은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최근 큰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이후 중대한 위험(in grave danger)에 처했다”고 전하면서 미국 정부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도 북한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지난 12일 평북 묘향산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의 전용병원인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특각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있다”고 보도한 바가 있어서 김정은의 중태설에 신빙성을 더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김정은이 강원도 모처에 머물고 있고, 북한에서 특이 동향은 없다면서 김정은의 위독설을 부인했다.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도 “잘 모른다. 잘 있기 바란다”며 부인도, 인정도 하지 않아서 궁금증은 연일 증폭되고 있다.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였던 태구민 미래통합당 당선인은 “김일성 생일(4월 15일)에 금수산 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에 대해 차분히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25일 로이터통신에서 “중국, 의료전문가들을 포함한 대표단 북한에 파견”이라는 보도가 나와서 다시 김정은 중태설에 무게를 더했다. 현재 한국정부만이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정은의 특이동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불참에 이은 15일 참배행사 불참 그리고 북 외무성의 “트럼프에게 친서 보낸 사실 없다”는 반응과 전 세계 언론이 그와 관련한 위중설, 사망설, 실각설, 원산체류설, 의식불명설 등이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공식적인 반응을 내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25일은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하던 1932년 4월 25일 조직한 ‘인민혁명군’의 창건기념일인데 공개활동을 재개할 지 주목하고 있다. 소위 북한 ‘인민군(人民軍)’은 해방 이후 1948년 2월 8일 창설한 정규군으로서 ‘인민혁명군’과는 다르다.

아무튼 분명한 사실(facts)은 김정은의 건강이 안 좋다는 점과 각종 ‘설(說)’이 언제라도 실제화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사전대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혹시 미국과 중국의 선제적(preemptive) 조치에 주도권(主導權)을 뺏겨서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국가의 최우선 목표를 방기(放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유사시를 대비해 범정부적 대응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만일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중국의 정치군사적 개입이 예상되는데 북한이 한국으로 흡수통일되거나 미국의 일방적인 영향력 하에 국경선이 변경되는 것을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군부강경파가 북한내부의 혼란을 군사적 대남도발로 돌리려는 불장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미는 한미연합사 구성군과 주일미군 및 태평양사령부의 전력을 이용해 최우선적으로 한반도 내 전쟁도발의 억제(deterrence)에 초점을 맞춰서 제2의 6.25전쟁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이 와중에 주목할 만한 외신은 바로 김정은의 숙부 김평일 전 체코대사와 관련한 것이다. “중국측 친중 김평일을 차후 권력승계할 것으로 의사전달” “김평일과 친중수뇌부, 쿠데타로 권력장악” 등 쿠데타설과 동시에 후계(next) 지도자로 김평일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김평일은 김일성의 아들이자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의 이복동생이다. 김정일에 의해 추방돼 오랜 외교관 생활을 했기 때문에 서방세계와 소통이 유연할 것으로 예견되고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노선을 채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여정 후계지명설이 나오는데 이것은 북한의 권력구조상 어린 여자수령은 시기상조다. 따라서 넥스트 김평일의 집권이 북한을 조기안정으로 이끌 것이고, 그를 상대로 ‘북한 비핵화’ ‘경제협력’ ‘남북이산가족상봉’ ‘군축협상’ 등 한반도 현안의 주도권을 잡아서 해결하는 편이 순탄할 것이다.

김정은의 통치력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북한의 현실이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협상의 실패로 경제제재를 해결하지 못하면서도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자초한다는 것은 지도자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주민들이 김평일의 등장을 고대한다는 루머가 돌 정도로 김정은의 지도력은 심각한 위기에 몰려있었다. 차라리 숙부 김평일에게 넘기고 병치레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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