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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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오발이 명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다. 분명히 오발탄인데 오발탄은 실수를 대표하는 말일 텐데 명중이라니….

이 말은 운명적인 선택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운이 좋은 결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하고, 실패로 생각한 것이 훗날에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기도 하고…. 느낌이 중요했다는 것과 비슷한 라임이다. 오발이 명중한다는 말은 건축에서 더 적합하게 많이 사용될 만한 말이다. 최선을 다해서 일하지만 불규칙한 주변 상황들의 연속에서 정작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엉뚱한 데서 결실을 맺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축은 다양한 일들의 재배열이 많고 우연히 마주쳐서 얻는 결과물이 더 많은 것이다. 디자인에서도 엉뚱한 생각 사이에서 자란 새싹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현장에서 고민하다 우연히 찾아낸 디테일이 돋보이는 것은 같은 처지의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오발이 명중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비과학적 믿음의 오발탄으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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