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Dr. 란지트 페레라 캐나다 휴머닉스 인스티튜트 대표

란지트 “신천지 신도, 수많은 피해자와 똑같은 피해자”

31번 67일만에 퇴원… 신천지, 인권피해 6000여건 집계

“국가원수도 맘대로 국민 다룰 권력없고 책임만 있어”

[천지일보=이솜 기자] 31번 확진자가 24일 퇴원했다. 지난 2월 18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지 66일, 입원 67일만이다. 한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신천지 대구교인 31번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기 전과 후로 사실상 나눠진다.

31번 양성 판정 후 신천지 대구교인들 다수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일어나자 그렇지 않아도 ‘이단 프레임’이 씌워져 곁눈질을 받던 신천지는 ‘코로나 진원지’라는 오명을 썼다. 신도들 명단이 정부와 지자체에 제공된 이후에는 수천건의 인권침해가 잇따랐다.

코로나19 진원지가 중국 우한이라는 사실도, 감염원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사실도 무시됐고, 신천지는 31번 이후 현재까지 두달 넘게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31번 확진자 이후 신천지 신도들은 6000여건의 인권피해를 호소했다. 가정폭력에 의한 추락사 2명 외에도 가정폭력, 이혼위기, 강제개종, 부당해고 등을 호소했다. 언론은 연일 신천지를 때리고, 정치인들은 코로나19의 원인을 신천지로 몰아 자신의 입지를 세웠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기에 접어들면서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인권문제는 또다른 숙제로 남았다. 26일 천지일보는 캐나다 인문학회 ‘휴머닉스 인스티튜트’ 대표 란지트 페레라 박사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휴머닉스 인스티튜트는 종교를 넘어 비폭력, 인간계발, 정의, 평화를 지향하는 인문학회다.

캐나다 인문학회 ‘휴머닉스 인스티튜트’ 대표 란지트 페레라 박사. ⓒ천지일보 2020.4.28
캐나다 인문학회 ‘휴머닉스 인스티튜트’ 대표 란지트 페레라 박사. ⓒ천지일보 2020.4.28

◆“신천지 신도에 대한 인권침해 멈춰야”

란지트 박사는 “코로나19를 퍼트린 중국은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신천지 신도들을 비난해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어 “한국의 신천지 신도들은 그 자체가 전세계로 퍼진 코로나19의 희생자들”이라면서 “누군가를 손가락질 할 때 나머지 세 손가락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했다.

란지트 박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고 모든 사회가 이를 위해 협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천지 신도들은 전 세계 코로나19의 희생자들과 같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의 희생자”라면서 “신천지 신도들을 더 이상 희생시키지 말고, 더 이상 심판도 하지 말고, 인권침해나 살인, 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전세계 코로나19 사태의 원인은 뭐라고 보는가?

아무도 확실히 모르지만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수많은 바이러스가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예기치 못한 것이어서 방어가 어려웠다. 둘째 박쥐 등 동물에서 비롯됐으나 한명 이상의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이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된 이유라고 본다.

- 한국에서 31번 신천지 대구교인이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신천지 신도들은 코로나 사태 진원지 취급을 받고 가정폭력, 부당해고 등 6000여건의 인권피해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이들이 겪은 인권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자유민주국가에서 양심을 따라 종교를 선택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만약 신천지 신도라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범죄자로 기소되거나, 부당해고를 당한다면 이는 엄연한 인권침해다. 또 가정폭력은 어떤 이유로든 범죄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 학회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 중 하나는 ‘어떤 인간도 다른 인간을 다룰 힘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식조차 마음대로 다룰 수 없지 않은가? 단지 인간에게는 내재적으로 부여된 책임이 있을 뿐이다. 국가 원수 또한 국민을 마음대로 다룰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 단지 국민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부여되는 것뿐이다. 권력은 책임을 남용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할 일은 무엇인가?

현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태인 만큼 모든 나라들이 코로나19에 맞서는 과정에서 투명하고 진실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하루속히 백신이 개발될 수 있도록 전세계가 힘을 합해야 한다. 장비와 기술을 포함해 코로나19 대응에 효과적인 노하우를 공유하고 공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라는 재앙 앞에서 인류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등이 국가 간 협력과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주장한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현된 것을 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빠르게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검사 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의료진의 숫자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각종 장비들이 적절히 제공될 수 있도록 국가의 보건서비스 역량을 높여야 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된 의사 결정은 인종, 종교, 성별, 사회적 지위 등과 관련 없이 순전히 의학적 관점에 기초해 편견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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