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지난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김정은 ‘신변이상설’ 지속될듯

북한의 시작과 끝은 ‘백두혈통’

전문가 “北쿠데타 가능성 낮아”

군부세력 주축 놓고 “의견분분”

“北도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中과도 개입시 “한미공조 대응”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최근 미 CNN방송 보도로 관심이 촉발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일파만파로 확대된 가운데 사망설을 제기하는가 하면 김 위원장을 목격했다는 주장도 나와 혼선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실제 모습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그의 신변 이상 여부를 두고 추측과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한미 당국은 이를 주장하는 보도에 연일 선을 긋는 등 사실상 일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일 작금의 현실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우리로선 당장 한반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위기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가 최대의 관심 포인트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 권력구도의 재편과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누가 권력을 대신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무슨 얘기냐면 ‘북한 내 권력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한반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단일체제나 군부 집단지도 체제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군부 쿠데타(정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두혈통’ 김여정, 北후계 1순위

김 위원장 사망설을 둘러싼 혼선 속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유사시 김 위원장을 대신해 북한 권력을 이끌어갈 1순위 지도자로 꼽힌다. 특히 미국의 유력 매체와 전문가들은 정보 당국의 첩보 등을 근거로 현재 노동당 제1부부장을 맡고 있는 김여정이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일제히 전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의 최고지도자 대행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2일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한 서울발 보도에서 “평양에서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에서 사망 등으로 인해 김 위원장이 통치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시킨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올해 36세인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두고 있지만, 이들 모두 아직 열 살 안팎의 어린아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5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현재와 같은 스탠스라면 김 제1부부장 단일 체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 확고부동하다”며 “그 근거로는 이미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김 제1부부장의 후계 구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후 백두산에 올랐을 때도 김 위원장이 ‘나의 후계자는 김여정이다’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첩보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다른 대안세력에 대한 언급은 가상, 추측일 뿐이지만 김 제1부부장은 실질적인 관점에서 김일성·김정일의 길을 순조롭게 밟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시작과 끝은 ‘백두혈통’이라는 설명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지금 가장 근접한 인물은 김 제1부부장이라고 봐야 된다”며 “김 위원장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을 맞춰왔고 실제 2인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 아들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는 김 제1부부장이 과도기적으로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물론 김 제1부부장이 여성이라는 점, 나이 또는 역량 면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고모 김경희나, 김정은 서기실장인 김창선의 후견이 아니면 정상적 통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리센룽 총리의 면담에 동행하기 위해 차에 탑승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리센룽 총리의 면담에 동행하기 위해 차에 탑승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여정 체제, 기득권 이해와 맞물려

‘김 제1부부장 체제가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와 맞물려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 센터장은 “북한 정권의 중심 세력은 김씨 일가와 한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며 “김씨 일가의 세습체제가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이들은 반대되는 세력의 정변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교수도 통화에서 “현재로선 김 제1부부장 밖에 없다”면서 “기존 세력들도 함부로 움직이면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더 돌발 상태가 생기지 않을 수 있고, 나아가 안전장치로 김 제1부부장과 일정한 합의의 과정 또한 거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은 김일성 주석의 피를 이어받은 ‘백두 혈통’이면서 어린 시절 김 위원장과 스위스에서 함께 유학했다. 김 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최측근으로, 북한 내 2인자로도 알려졌다. 김 제1부부장은 체제 선전을 담당하는 당 선전선동부에 소속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지난해 말 당 중앙위 총회를 거쳐 인사권을 장악한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취임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최근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3일과 22일에 자신의 명의로 남북·북미 관계에 관한 담화를 발표했고, 21일에는 김 위원장의 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 시찰에 동행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의 군 동행을 두고 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군부 집단지도체제 가능성도

다만 김 제1부부장 체제가 들어선 뒤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김 제1부부장 밑의 최측근 보좌진이 얼마나 그를 새로운 지도자로 받들고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부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우 교수는 “처음에는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을 내세운 다음 현 체제를 떠받드는 60대, 70대 세력이 이후 서로 합작을 해서 집단지도체제 형식으로 갈수 있다”며 “그러다가 자신들의 영향력이 공고해졌을 때쯤 권력분쟁으로 가는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집단 지도체제의 주축 세력이 김 위원장의 삼촌인 김평일 등 백두산 줄기가 될지, 북한 권력서열 2위인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이 중심이 된 군부가 될지, 또 다른 군부의 누가 될지는 미지수다.

우 교수는 “군부를 최룡해 등 빨치산 2세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힘이 쎈 이들 군부가 김 제1부부장과 딜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 소장은 “김 위원장 사망 시 실질적으로 군부 집단지도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김 제1부부장보다는 이들이 위기상황을 수습해 나갈 것”이라며 “백두산 줄기세력도 2세나 3세일뿐이라서 위상이 약하다. 혈통보다는 현재 군부가 중심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와는 다른 결에서 이석복 전 장군은 “북한은 김씨 왕국이다. 김씨 일가를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며 “군부 세력도 반발보다는 백두가족에게 충성하는 것을 택하리라고 본다. 정치적 혼란이라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그들의 기득권을 이어가는 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北도발 가능성 낮아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선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사실상 북한이 자멸의 길로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문 센터장은 “북한의 대체세력이 김 제1부부장이 됐든, 집단 지도체제가 됐든 권력 재편 과정에서 내부 결속 등을 이유로 도발할 수 있다. 완전히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히 하는 것, 즉 한미동맹이나 연합방위태세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것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소장은 “북한에는 백두혈통을 옹호해온 세력과 최룡해, 오백용, 우진호 등 백두산 줄기세력이 있는데, 이들 세력이 충돌할 수 있다”며 “특히 백두산 줄기는 거의 군부에 포진돼 있기 때문에 양 세력이 충돌하면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핵버튼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우리에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 소장은 “북한 내 온건 세력이 군부를 장악하면 우려가 덜하겠지만, 초강경세력이 손에 쥐면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안 소장은 “가정이지만 북한 내 일부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할 경우에도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동북아 역학관계…  “정부, 모든 시나리오 검토해야”

한·미·일·중의 역학구도에 대해 문 센터장은 “중국이 북한 내부의 혼란이나 변화를 틈타 그들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우리의 힘만으로 중국을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서 북중 관계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센터장은 “미국이나 일본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한반도의 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미국이라는 강력한 힘 앞에서 북한은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존재한다”면서 “북한의 경우 적어도 중국은 현상유지를 시켜줄 수 있는 나라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중국을 신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김 위원장 사망 시) 우리나 미국으로선 북한이 중국에 기운 것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선 북한에 시혜를 베푸는 등 어떤 조치가 필요한데 북한이 받아들일지도 문제다. 한미공조를 통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만약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북한과 가장 가까운 나라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우리는 현실적으로 미국을 안고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우발적 충돌이 생길 가능성을 놓고선 남 소장은 “북한 내 힘의 공백이 생기겠지만, 양측 간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어떤 상황도 유동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도 이런저런 모든 시나리오를 그려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우 교수는 “사실 지금 중국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안팎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그래서 김 위원장이 사망하더라도 중국은 우선적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방어적으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일례로 북한 유사시 미국이 최첨단 무기를 한국과 일본에 배치한다든가, 주한미군 기지나 주일미군 기지를 강화한다고 할 때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군사력 확대를 통해 북한을 접수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에 발맞춰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는 등 방어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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