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본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자 도쿄 등 기존 7곳에 내렸던 긴급사태 선언 지역을 일본 전역으로 확대했다. (출처: 뉴시스)
17일 일본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자 도쿄 등 기존 7곳에 내렸던 긴급사태 선언 지역을 일본 전역으로 확대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인력과 병상 부족으로 비상이 걸리고 시민들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국에 도움을 구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24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일본의 한 병원에서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감염된 간호사들을 근무시켰다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에 일본 의료 현장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시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해당 병원은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나미하야 재활치료 병원으로, 여기서 의료 종사자와 환자 등 약 12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그러나 오사카시의 조사 결과 이 병원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간호사 2명을 업무에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에게 일을 시킨 사실은 트위터에 실린 내부 고발을 오사카시가 확인하면서 밝혀졌다. 병원 측은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같이 일본에서는 의료기관을 매개로 코로나19에 원내 감염됐거나 감염 의심되는 사태가 계속 이어지는 등 의료 체계 붕괴가 가속하는 양상이다.

이날 일본 지방자치단체와 각 의료기관에 따르면 원내 감염됐거나 원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지난 21일 기준 일본 내 약 60개 의료 기관에 1086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내 감염이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일시적으로 환자를 수용할 수 없고 이는 의료 체계 붕괴에 영향을 끼친다.

이에 병상을 기다리던 환자가 자택에서 사망하는가 하면 노상에서 변사자로 발견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사이타마현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요양하다가 사망했다. 남성은 사망 전날 보건소 측에 몸 상태 악화를 호소했지만, 증상의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아 즉시 입원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수도권인 사이마타현에선 병상이 부족해 21일까지 감염이 확인된 686명 중 절반 이상인 349명이 자택에서 요양 중이라고 NHK는 전했다. 사이타마현 외에도 도쿄도를 비롯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일본 지자체에선 병상 부족을 이유로 경증 환자에 대해서는 자택 혹은 숙박시설 요양 조치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의료 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자 중 자택 대기자나 병원 밖 사망자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감염자 중 자택 대기 중인 사람은 몇 명이냐’는 질문에 “앞으로 파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검사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코로나19 진단 검사 조차 받기 힘든 상황으로, 무증상 감염자가 확산했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도쿠다 야스하루 무리부시오키나와임상연구센터장(임상역학)은 23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관해 “현재 발표된 수의 12배에 달하는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됐음에도 검사에서 정확하게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 검사를 받지 않는 증상 발현 4일 미만의 경증자, 무증상자의 비율 등을 토대로 이같이 추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출처: 뉴시스)
마스크를 착용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출처: 뉴시스)

설상가상으로 일본 정부가 모든 가구에 배포한 천 마스크에서 벌레 등의 이물질이 확인되면서 배포가 일시 중단됐다.

마스크 물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으로, 일본 지자체와 민간에서는 한국 정부에 잇달아 지원 요청을 했다고 SBS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A현은 지난 8일 주센다이 한국총영사관에 한국산 마스크를 구입하고 싶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센다이 총영사관은 마스크가 수출규제 품목으로 사실상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인도적 차원에서 최근 재외국민 투표 후 남은 100여장을 지난 19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후쿠오카의 지역 유력인사도 지난 11일 주후쿠오카 한국총영사관에 한국산 진단키트 구입 지원과 승차 검사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일본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 요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만 3141명이며 사망자는 34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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