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슬픈 도시락 - 이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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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도시락

이영춘(1942 ~ )

춘천시 남면 발산중학교 1학년 1반 유창수
고슴도치같이 머리카락 하늘로 치솟은 아이
뻐드렁 이빨, 그래서 더욱 천진하게만 보이는 아이.
아이는 점심시간이면 늘 혼자가 된다.
혼자 먹는 도시락, 내가 살짝 도둑질하듯 그의 도시락을
훔쳐볼 때면 아이는 씩- 웃는다.

웃음 속에 묻어나는 그 쓸쓸함.
어머니 없는 그 아이는 자기가 만든 반찬과 밥이 부끄러워
도시락 속으로 숨고 싶은 것이다 도시락 속에 숨어서 울고 싶은 것이다
어른들은 왜 싸우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것인가?
깍두기 조각 같은 슬픔이 그의 도시락 속에서
빼꼼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시평]

6.25 전쟁이 끝나고 수복이 된 서울에서는, 다시 학교가 교문을 열고 수업을 시작했다. 그 당시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했다. 포격으로 무너진 학교도 있고 해서, 교실 부족으로 한 교실에 두 학급이 들어가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고학년인 4학년이 된 이후에는 오전반, 오후반이 없어지고, 오전에 학교를 가서는 오후까지 공부를 했다. 그래서 4학년부터는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가야만 했다.

아직 전쟁의 폐허가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난한 집안에서는 도시락을 마련할 수가 없어서, 밥주발에 밥을 담고, 밥주발 한 귀퉁이에 새우젓을 담은 종지를 꾹 눌러, 밥주발 뚜껑을 덮고는 보자기에 싸서 아이에게 들려 보내는 일도 있었다. 그 당시 도시락을 보면, 그 아이가 어떤 형편에 사는지를 환하게 알 수가 있었다.

어머니가 없어서, 자기가 만든 도시락을 싸서 학교를 와야만 하는 아이, 유창수. 엄마를 잃었거나, 아니면 부모가 이혼을 해서 편부 슬하에서 살아야 하는 이 아이. 자신이 만든 반찬과 밥을 도시락에 담아서 온 이 아이. 반찬과 밥이 부끄러워 아이는 혼자 도시락을 먹는다. 그 도시락을 슬쩍 훔쳐보는 선생님. 도시락 반찬통에 담긴 깍두기가 계면쩍은 듯, 빼꼼히 내다보고 있다. 엄마가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함께 살지 않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그 슬픔이 담겨진 도시락. 도시락에는 엄마가 보고픈 마음, 엄마가 없는 아픔, 슬픔이 삐뚤빼뚤 김치, 깍두기 마냥 담겨져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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