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가이아(Ga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으로 ‘만물의 어머니’이자 ‘신들의 어머니’로 창조의 어머니 신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어원적 의미는 ‘땅’ ‘대지’ 또는 ‘지구’이다. 이름의 어원적 의미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가이아는 모든 생명체의 모태인 대지를 상징한다.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1978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A New Look at Life on Earth)’이란 책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과학적 가설을 주장했다. 소위 ‘가이아 이론’이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 작용하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유 에너지를 섭취하여 자기 생존에 맞게 조절하는 자기조절능력을 지녔고, 살아있는 지구는 지구의 생물권, 대기권, 대양 그리고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복합적인 실체이며, 가이아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을 위하여 스스로 적당한 물리적·화학적 환경을 조성(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피드백 장치나 사이버네틱 시스템(cybernetic system)을 구성한 총합체이다.”

러브록은 이렇듯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 작용하는 생물체로 설정한 가이아 이론, 지구가 생물에 의해 조절되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가설을 펼쳤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단순히 주위 환경에 적응해 간신히 생존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지구의 물리, 화학적 환경에 영향을 주는 능동적인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지구는 생물·대기·바다·육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구성 요소들이 상호 작용해 생물이 살아가는 데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는 자기 조절 기능을 갖는 하나의 거대한 체계이다. 그리고 늘 일정 수준으로 스스로의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지구는 목적을 지니고 작용하는 하나의 거대한 살아 있는 생명체로 간주할 수 있다. 요컨대 지구는 생물계와 무생물계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그 자체가 활발하게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를 죽은 것으로 간주해 이용과 정복의 대상으로만 취급해 왔다. 그 결과 지구는 점점 자기조절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인류는 가이아의 파트너이자, 가이아의 일원 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자신들의 농장이나 화수분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마치 인간이 지구의 주인인양 행세하지만 단지 가이아의 구성요소에 불과하며 “인류의 멸망이 곧 지구의 멸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진정한 자연과의 공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러브록은 경고한다.

지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간주하는 러브록의 주장이 비합리적이거나 황당무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경청해야할 가치는 충분하다. 또한 지구 생태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지구상의 모든 요소들이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그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지구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나 아렌트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세상과 자연, 우주에 대해 함께 기뻐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여길 때 비로소 우리의 인간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세상과 자연, 우주가 우리와 함께 살아있는 존재라고 여길 때 비로소 우리의 인간성도 유지될 수 있다”고 말이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하루만큼이라도 어머니 대지인 가이아를 위해 봉사할 일이 없는지 생각해보자. 4월 22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지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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