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뉴시스)

北매체, 김정은 사진 없이 동정 보도

트럼프, 우리 정부 입장과 다소 결 달라

日신문 “김여정 명의 지시문 많이 내려와”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난데없이 터져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보도에도 북한 당국이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건강이상설이 불거질 때마다 수일 내에 공개 행보를 하며 건재를 과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시일이 길어지면서 논란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북한 매체가 보도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11일)’이후 12일째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아울러 지난 16일부터 건강이상설이 나왔다는 점에서 8일째 반응이 없다. 이날도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직접적 동향에 대한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북한은 최근 관영 매체를 통해서 김 위원장이 짐바브웨, 쿠바, 시리아 정상에 축전을 보냈고 재일동포 참여대상 교육원조비 장학금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아울러 고령자 생일상 행사 등의 동정기사를 내보냈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감춘 지난 12일간 북한 매체는 이런 기사를 하루걸러 하루꼴로 다뤘다.

북한의 이런 분위기는 김 위원장이 외교 활동 등 일상적 통치 행위를 문제없이 소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지만 어디까지나 간접적 동향일 뿐, 김 위원장이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직접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한편 우리 정부는 잇따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보도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는데,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동정을 연달아 보도한 것도 판단의 한 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김정은 건강’ 놓고 “모른다”

당초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의 발단은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으면서부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김 주석의 생일에 줄곧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갖가지 추측이 제기됐다. 게다가 곧 수그러드는 듯 했던 의혹이 한국시간으로 21일 오전 10시께 CNN이 ‘사안을 직접 아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고 전하면서 김 위원장 신변이상설은 급속도로 탄력을 받았다.

특히 미 언론의 관심은 증폭됐고, 자칭타칭 북한 전문가를 인용한 추측성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확인되지 않았다. 모른다”며 신중론을 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모른다”면서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보도대로라면 매우 심각한 상태일 것”이라며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의 “아니다”라는 입장과 다소 결이 달라 ‘이상 징후는 감지했으나 아직 믿을 만한 수준까지 이를 검증하지는 못한 것 아니냐’ ‘첩보의 신뢰성에 대한 판단을 달리한 것이 아니냐’는 등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미국인들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미국으로의 이민을 잠정 중단시키는'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日언론 ‘김여정 권한대행’ 보도

관련 주변국 반응도 폭발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가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에 대한 질문에 “현재 위독하진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최고지도자 대행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전날인 22일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한 서울발 보도에서 “평양에서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에서 사망 등으로 인해 김 위원장이 통치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시킨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 이후 김여정 명의로 당과 군에 지시문이 많이 내려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은 김일성 주석의 피를 이어받은 ‘백두 혈통’이면서 어린 시절 김 위원장과 스위스에서 함께 유학했다. 김 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으로 북한 내 2인자로도 알려졌다.

김 제1부부장은 체제 선전을 담당하는 당 선전선동부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말 당 중앙위 총회를 거쳐 인사권을 장악한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취임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최근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3일과 22일에 자신의 명의로 남북·북미 관계에 관한 담화를 발표했고, 21일에는 김 위원장의 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 시찰에 동행하기도 했다. 신문은 김 제1부부장의 군 동행과 관련해 “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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