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노우드의 한 이발소에서 이발사가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노우드의 한 이발소에서 이발사가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환자 84만·사망 4만명 넘어

일부 주는 제한적 재개 돌입

사업주들, 환영과 우려 교차

미국인 61% “봉쇄 아직 필요”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를 위한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재개방을 준비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삶을 재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확신시키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AP통신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여전히 하루 수만명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경제 정상화가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나오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러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개방을 통한 자국의 경제 회복은 정치적 필수 요소로, 경제 정상화 추진을 무르거나 속도를 더디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재개를 위한 움직임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에게 그들의 주를 안전하게 다시 여는 방법에 대한 지침이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국인들이 전염병의 곡선을 성공적으로 뛰어넘었다고 자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우리는 지난 두 달 동안 겪었던 일을 다시 겪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폐쇄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약속했다. 백악관 관리들도 미국이 코로나19 확산 정점에서 지속적 완화와 관리 단계로 가는 새로운 대응의 장에 진입했다고 믿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몬타나와 오클라호마주를 시작으로 일부 주(州)에서는 매일 규제를 해제하고 있다. 몬타나 주지사는 5월 초 학교에 문을 열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고 오클라호마 주에서는 이발소, 스파, 애완동물샵 등이 24일부터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4일부터 피트니스센터와 체육관, 볼링장, 미용실, 네일숍, 마사지 치료소 등의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 조지아주의 결정에 대해서는 “너무 이르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럼에도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트윗을 통해 “현재 조지아 전역에서 가동되고 있는 수천개의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나는 문을 다시 열기로 한 사업주들이 피고용자 및 고객의 건강과 복리를 최우선시하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가동을 고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경제활동 재개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주지사들의 움직임과 함께 미 전역에는 암울한 뉴스가 이어졌다. 메사추세츠주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22일 2천명을 넘어섰고, 이는 일주일 전보다 2배나 많은 수였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환진자 수는 84만 2376명으로 전날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만명 가까이 치솟으며 여전히 코로나19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지 않은 것으로 풀이됐다. 사망자는 4만 6583명으로 늘었다.

이에 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강조점이 ‘공포’에서 ‘수용’으로 옮기려는 이 상황은 정부, 의료 전문가,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낮은 시기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AP는 분석했다.

실제 AP가 미국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와 함께 지난 16~20일 미국 성인 105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재택 대기령을 비롯한 외출 제한 조치를 푸는 것을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12%에 그쳤다. 반면 응답자의 61%는 현재의 봉쇄 조치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데 필요하다고 답했다. 예일대 보건정책학 교수인 마크 슐레진저는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균형을 다시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며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일터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해도 식당이나 상점, 병원에 갈 소비자들의 행동이 바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 재개를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손님과 직원이 감염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NBC 방송은 이날 영업 재개를 앞둔 미 조지아주 일부 사업주들을 인터뷰해 이들의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조지아주 마리에타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브라 듀프리(56)는 24일에 미용실의 문을 열되 이전과는 다르게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님이 머리를 자르려고 앉는 의자를 8개에서 6개로 줄여 간격을 넓혔다. 같은 지역에서 타투숍을 운영해온 타라 빌랄바조(36)는 켐프 주지사의 결정이 부주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6피트(182.88㎝) 떨어져서 어떻게 타투를 해주라는 말이냐”라며 “주지사가 문 열어도 괜찮다고 한다고 해서 바이러스 전파가 달라지거나 사람들이 덜 죽는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NBC는 “일부 사업주들은 영업을 재개하고 해고를 피할 수 있게 돼서 환영하고 있으나 다른 쪽에서는 손님과 직원들을 보호하는 데 충분한 지침이 제시된 건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점진적 경제가 재개방을 통해 로켓선처럼 도약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은 점진적 재개방을 통한 경제 회복은 훨씬 느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버드대 보건정책정치분석학 교수인 로버트 블렌드는 “주지사나 대통령의 말과는 상관없이 (경제 회복은) 매우 점진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며 지난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억제를 위해 토론토에서 2만 5천명 이상의 시민들을 격리시켰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사람들이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몇 주, 심지어 몇 달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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