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3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 발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서 확정

재판 전에도 범죄수익 몰수 추진

미성년자 위장 등 잠입수사 도입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 강화

성매수 연루아동 ‘피해자’로 규정

인터넷사업자 ‘징벌적과징금’ 도입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n번방’ 등 큰 사회문제가 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정부가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확대하고, 성범죄를 모의만 해도 처벌하고, 재판 전에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범정부 종합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23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무겁게,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확실하게’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목표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 확립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강화 ▲처벌 및 보호의 사각지대 해소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 등 4대 추진전략을 세웠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3

◆법정형량 상향 등 처벌 강화

첫 번째는 ‘처벌의 실효성 강화’다.

디지털 성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아 처벌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앞으로 해당 범죄를 중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정형량을 상향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한 형량의 하한을 설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SNS·인터넷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광고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신설해 수요자 유인 행위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에 SNS 등을 통해 성폭력을 모의한 후 오프라인에서 실행하는 사례도 발생했다”며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예비·음모죄를 처벌하는 살인 등과 마찬가지로 합동강간, 미성년자 강간도 중대범죄로 취급해 실제 범행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준비하거나 모의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처벌하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4) 등은 이른바 ‘인간시장방’이라고 이름 붙인 일대일 비밀방을 열고 고액 유료회원들에게 여성들을 ‘분양’해 성폭행을 제안하는 등 범죄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성범죄자에 대한 국민 법 감정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의 경우 지난 4월 9일부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화된 사건처리기준과 구형기준을 우선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도 대폭 강화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몰수제로 범죄수익 신속 환수

이어 정부는 기업화되고 수익구조화 되는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범죄수익 환수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외도피, 사망 등의 경우에 기소나 유죄판결 없이도 몰수가 가능한 ‘독립몰수제’를 신규로 도입하고, 범행기간 중 취득재산을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도 신설하는 등 범죄수익을 원천봉쇄하겠다”고 강조했다.

독립몰수제란 검사가 기소 없이 법원에 몰수·추징만을 별도 청구하면 법원이 결정해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더욱 확대한다.

정부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사안이 중한 피의자는 얼굴 등 신상정보를 적극 공개할 것”이라며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의 신상공개 대상이 종전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등 성폭력범으로 한정되던 것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판매한 자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5

◆성인 대상 성범죄물 소지도 처벌

성범죄물을 찾아보는 수요행위도 범죄라는 경각심 고취를 위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행위에 대한 형량 상향도 추진한다.

특히 현재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착취물에 대해서만 소지죄로 처벌했던 걸 넘어 앞으로는 성인 대상 성범죄물을 소지하는 경우에도 처벌조항을 신설해 엄중히 대응할 계획이다.

여기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죄도 실시해 구매만 한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할 방침이다.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노출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확실한 보호도 천명했다.

정부는 “아동·청소년을 유인, 길들임으로써 동의한 것처럼 가장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을 신설해 아동·청소년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13세 미만에만 적용됐으나, 미성년자 보호가 충분치 못하다는 논란이 있어 오랫동안 그 기준연령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번 n번방 사건 등에서 미성년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미성년자 보호공백이 드러남에 따라 보호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의제강간 기준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상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13세), 독일(14세)보다 기준이 강화되는 것으로, 영국(16세), 미국(16~18세, 주마다 상이)의 기준과 유사하다.

디지털 성범죄에 폐쇄성과 보안성 때문에 수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하는 잠입수사도 도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고포상금제도 도입해 디지털 성범죄물 발견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조주빈과 함께 박사방을 운영,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조주빈과 함께 박사방을 운영,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7

◆‘챗봇’ 등 활용한 신고 기능 지원

피해자의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성매수 연루 아동을 ‘피해자’로 규정해 ‘자발적 성 도매자’인 피의자로 취급되지 않도록 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해 피해영상물의 삭제 지원을 강화한다.

정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절차를 더욱 간소해 선(先)삭제, 후(後)심의 절차를 도입해 신속한 피해영상물의 삭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피해자가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도 기존의 전화·온라인 중심에서 ‘챗봇’ 등을 활용한 신고기능도 도입해 빠른 접수가 가능하게끔 한다.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해 디지털 성범죄물 발견 시 즉시 삭제하도록 하고, 유통방지를 위한 삭제·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의무가 웹하드사업자에만 적용되던 것을 모든 사업자로 확대한다. 위반할 경우 징벌적 과징금제도 도입한다.

아울러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로 주민번호 변경이 필요한 경우 처리기간을 3주로 단축해 개인정보 유포의 공포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를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끝까지 뿌리 뽑는다는 자세로 온 역량을 모아 철저히 대응해 국민 여러분께서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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