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조계종 총무원이 주관한 ‘종단현안긴급간담회’가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교구본사 주지, 총무원 부실장,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 신도단체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긴급간담회는 MBC PD수첩이 전·현직 총무원장의 비위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자 조계종단 차원의 대응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 2018.4.24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 ⓒ천지일보DB

성불연, 재발방지책 마련 촉구
KYBA, ‘석고대죄’ 참회문 발표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n번방’에서 공유된 성 착취물을 입수, 텔레그램 채팅방에 유포해 재판에 넘겨진 30대 승려가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참회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성평등불교연대(성불연) 22일 성명을 통해 “조계종단은 n번방 승려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참회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불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32)가 검거된 이후 종단은 급하게 해당 승려의 승적을 박탈했다”며 “하지만 범죄행위에 가담한 다른 승려나 불교인은 없었는지 자체 조사를 한다거나 대국민 사과, 책임감 있는 대안 제시 등은 일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 언론 인터뷰에서 조계종 관계자는 ‘1만여명의 스님들을 관리해야 되는 건 맞지만 이런 관리를 다하지 못하는 게 예산도 적고…’라고 했다”며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가 조계종단의 승려임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참회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예산을 탓해야 했는지 그 대책 없음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불연은 “불교인 다수가 여성이고 한국의 전통종교로 자리매김해 온 한국불교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단은 이 사안을 단지 개인적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종단은 반인륜적 범죄자를 방치해 온 책임을 통감하고 지금이라도 성범죄 신고센터를 설립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승려교육과정에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을 포함하는 등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특히 성착취물 유통은 피해를 확산시켜 피해가 끝나지 않는 심각한 범죄로, 다시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종단의 굳은 의지와 결의가 필요한 일”이라며 “조계종단은 아동·청소년·여성의 성보호 및 성평등을 위한 대사회적 요구에 맞춰 대안을 세우기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날 대한불교청년회(KYBA) 서울지구는 조계종을 대신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KYBA는 “여성 성착취 동영상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 국면에 우리 불교공동체는 국민에게 또 하나의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며 “이는 조계종 스님이 수년간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음란물을 유포해 구속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쓰고 짓밟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종교적 존엄과 명예는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불교공동체의 생명은 수명이 다해버렸다”며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부처님 법을 수호해야할 불제자들의 손아귀에서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벌어졌다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KYBA는 “국민 여러분과 사부대중께 한없이 머리 조아리며 석고대죄의 참회문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