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와 동량재를 저리하여 어이할꼬/ 헐뜯어 기운 집에 의논도 하도 할사/ 뭇 지위 고자자들고 헤뜨다가 말려나다.’ 

이 시조는 우리나라 가사문학(歌辭文學) 대가로 알려진 송강 정철(1536~1593)의 ‘어와 동량재를’이란 시조다. 송강이 관동별곡, 사미인곡 등 고대 문학사에 미친 진면목이 괄목하거니와 당파싸움이 뒤끓던 조선조의 당대 정치사에서 서인의 영수(領袖)로서 그의 활동도 복잡다난했다.

어쨌든 위 시조는 허물어뜨리고 뜯어내고 하는 바람에 다 기울어지고 쓰러져가는 집을 앞에 놓고 많은 목수들이 모여 이리 보고 저리 보기는 하나 결국 논의하다가 세월을 보낸다는 비유성 시조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총선 참패한 미래통합당의 요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통합당이 총선 충격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합일점은 공유하고 있으나 누가 주도할 것인지, 또 방법론상에서는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총선 이후 처음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당 진로를 논의했지만 전체 의원(92명) 중 39명밖에 오지 않았고, 참석한 의원들도 원론만 이야기했을 뿐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당대표를 맡은 심재철 원내대표가 나서서 비상대책위를 만들고 위원장에 김종인 전 상임선대위원장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치는 등 중구난방이었다.

통합당이 총선 후유증과 난파선과 같은 현재 당 모습을 일신하고 재건하기 위해 우여곡절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카드를 쓰든, 조기전당대회를 열든 자체 사정이겠지만 20일 의총에서 나온 여러 가지 말들은 통합당이 현 문제를 정리함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과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통합당이 이번 주 안에 소속 의원들과 총선 당선자들에게 비대위 구성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지만 이런 사정과 당 분위기니 지난 총선 때 지지해준 보수층과 유권자들에게는 당내 권력싸움에 빠져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말을 듣기에 충분한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영남권 의원 중 다선 중진들이 많아 차기 당 지도부나 21대 국회직에서 그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돌고 있다. 여당권이 180석을 가져가 국회권력을 이미 장악한 마당에, 중도층까지 여당편으로 돌아선 현실에서 제1야당이 임시미봉책 수습안으로서는 답이 없다. 기득권과 구태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새 피를 수혈하고 당 구조를 젊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하나의 대안이 80년대생, 30대, 2000년대 학번을 뜻하는  ‘830세대 기수론’이 될 수 있겠다. 어쨌든 뼈를 깎는 당 혁신과 각성 없이는 정권교체는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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