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여당(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국회 의석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하는 ‘슈퍼 여당’으로 압승했다. 여당 단독으로 110석에 불과한 범야당의 눈치 볼 것 없이 법안과 예산안을 다 처리할 수 있고 국회선진화법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신속처리법안 추진이 가능하고 필리버스터도 중간에 끝낼 수 있다. 국회의장, 고위공직자 임명, 개혁법안 처리 등을 여당이 주도할 수 있다. 또한 행정·사법·지방 권력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확고히 함으로써 국정을 주도할 수 있고 개헌을 제외하고는 무소불위의 독주(獨走)도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정 현안과 관련해 더 이상 야당 핑계를 대기 힘들다. 모든 공과(功過)는 정부여당의 몫이 된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국정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만큼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 민의에 부응해야 한다. 당장 정부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코로나19의 극복이다. 총선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놨던 긴급 재난지원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겠다’ ‘민생을 챙기겠다’며 총선에서 한 약속도 지켜야 한다. 임기가 5월 29일까지인 20대 국회는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부터 심의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1만 5400여건의 법률안을 최선을 다해 처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통해 주52시간제를 보완하려는 근로기준법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와 21대 국회가 우선 할 일은 당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 살리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이후를 주도할 수 있도록 정책과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들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저성장, 고실업 등으로 심각해진 한국경제에 코로나19로 빈사상태가 되고 있다.

세계 대다수의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한 상태이고,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는 더 심각하다.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도 절박하다. 이제 국정운영에 탄력과 자신감을 토대로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도 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탈(脫)원전 정책 등의 재검토나 보완도 필요하다. 아울러 안보의 강화도 경제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미 등 주변국과 동맹 강화를 통해 안보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지역 간, 세대 간, 이념 간 대결이 더 첨예해졌다. 국민통합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법치의 파괴다. 정부는 반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해선 안 된다. 야야는 보수와 진보, 영호남 지역 간, 세대 간의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일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위기를 이용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해서도 안 된다. 야당도 무조건 반대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에게 많은 것을 잃게 했지만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하는 계기도 만들어 주었다. 그동안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선진 외국에서는 물론 우리 스스로도 우리를 낮게 평가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우리의 기술·경제력과 국민의 위대한 시민의식을 세계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제 선거라는 국민의 선택이 끝난 만큼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서 국가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급속히 전환될 디지털 경제, 언택트 시대,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변화와 쇄신에 여야의 진정한 협치로 총력을 쏟아야 할 때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