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대종교유지재단 양종 이사장 대행.ⓒ천지일보(뉴스천지)

(재)대종교유지재단 양종 이사장 대행을 만나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역학(易學)계의 원로로 인정받고 있는 백민(白民) 양종(백민역학연구원) 원장은 (재)대종교유지재단 이사장대행도 맡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교육자의 꿈을 키우며 그 꿈을 향해 열심을 냈다. 하지만 암울했던 시대 상황 속에서, 어렵게 들어간 대학의 학업마저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교육자의 꿈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 또 그는 대학 시절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구 같았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방황하게 된다.

◆음지에 있던 역학, 양지에서 꽃피우다
군 복무를 마친 후 그는 청년들이 꿈꾸던 청운의 뜻을 안고 고시공부를 위해 호남 모악산(전북 김제 소재)의 작은 암자에 들어갔다. 그는 열심히 준비해 두 번이나 고시 시험에 도전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시험도 치지 못하고 암자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곳에 요양차 와 있던 어떤 분에게 ‘관운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는 젊은 양종에게 “몸과 마음이 병들어 있는 사람들을 제도하는 활인업(活人業)의 정신적인 지도자가 될 것”을 권유받는다.

양종 이사장대행은 그때부터 역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또한 천부경, 삼일신고 등 한민족의 고서들을 접하면서 역학의 심오한 뜻을 깨닫게 된다.

역학이 조선 시대 과거시험 제도에서도 반드시 치렀던 교육과정이었음을 알고, 음지에 있던 역학을 양지에서 꽃피우겠다는 뜻을 품게 된다. 20여 년간의 노력 끝에 그는 1997년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명리학’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된다.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50명 수강을 목표했던 그의 첫 강의에는 72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했다. 어렵고 난해한 역학을 체계적이고 명확하면서도 쉽게 전하는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동양 철학의 모체인 역경학은 이전에도 각 대학에서 연구해왔지만 역술이나 점학 분야에 대해서 정식 강의가 이루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역학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인식을 고려할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후 전국 대학에 역학 관련 강의 개설이 빠르게 진행됐다고 한다.

그를 따르는 많은 제자의 요청으로 1998년 3월 ‘백민역학연구원’이 개원하게 된다. 그는 더 자세하게 역학 세계를 듣고 싶은 이들을 위해 현재까지도 매년 2회(매회 4개월)에 걸쳐 문하생을 받고 있다. 또 스마트시대로 급변하고 있는 시기에 맞게 그는 수십 편에 달하는 역학에 대해 인터넷 강의를 만들어 ‘역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 (사)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양종 이사장 대행이 제7회 겨레얼살리기 세계한민족대회에 참석했다.

◆다문화·다종교 사회 속 종교 갈등 해법은 ‘경전’
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나 자연스럽게 기독교 신앙을 해왔다. 대학 시절에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다가 고시 공부를 위해 들어간 암자에서 역학을 배우게 되고 그곳에서 민족종교인 ‘대종교’에 대해 듣게 된다.

처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역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고서인 ‘삼일신고’에 마음 깊이 끌리게 된다. 그는 대종교의 교리를 공부하면서 대종교 신앙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양종 이사장 대행이 대종교의 믿음을 키우게 된 계기는 대종교 제12대 총전교 봉우 권태훈 선생을 만나서부터다. 권태훈 선생은 8세에 이미 사서삼경과 수백 권의 경서(經書)들을 독파했고, 10세 때 민족종교인 대종교(당시 단군교)의 창시자인 홍암 나철 대종사를 만나 가르침을 받고 입교한다.

대종교 중광(다시 일으켜 세움)부터 그 역사와 함께해온 권 선생을 만나면서 그는 대종교가 한국 근현대사에서 독립운동과 민족문화(한글 교육 등)살리기 등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사실을 알고 믿음을 키우게 된다. 지금은 선도사로 임원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종교 간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나를 비우고 남을 채워주고자 하는 나눔과 채움의 미덕을 가져야 한다”며 “자신의 종교는 인정받으려고 하면서도 이웃종교를 배타적인 시각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종교인의 역할에 관해 그는 “높을 곳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을 바라보는 생각을 품어야 한다”며 “불교의 법정스님,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분들의 발자취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자비를 베풀려는 마음이야말로 참으로 본이 되는 종교인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종교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하늘의 뜻을 이 땅에 펼치는 것”이라며 “자신의 종단을 돋보이게 하려고 세력을 확장하거나 대형교회·사찰 등과 같이 외형적인 면을 키우려고 하는 것은 종교의 역할이라 볼 수 없다”며 세속화된 일부 종교 단체의 형태를 안타까워했다.

▲ 양종 이사장 대행이 부인 김용란 여사와 찍은 동국대 대학원 철학 박사 학위수여식 사진.
양종 이사장 대행은 나철 대종사의 밀유(유언)에 ‘한얼(하나님)을 받들며 반드시 사랑으로 인간을 구제하고, 나쁜 생각으로 정치(政治)에 덤비지 말며, 못된 버릇으로 법률(法律)에 범하지 말고, 다른 교인을 별달리 보지 말며, 외국(外國)사람을 따로 말하지 말고, 권세있다고 아첨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설명했다.

그는 “현대를 사는 종교인에게도 교훈이 되는 큰 가르침이 100여 년 전부터 이야기됐다”면서 “지금의 다문화·다종교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종교 간 갈등은 각 종단의 경전 말씀을 실천할 때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 간 상생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다른 교인을 다르게 봐서는 안 되며,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요, 단군 한배검(한얼)의 가르침인 홍익인간 이화세계”라고 강조했다.

양 이사장 대행은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이웃종교를 인정한다면 진정한 상생의 의미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대 후반부터 항상 10년 뒤의 모습을 그려보고 시간이 흐른 후 확인하곤 했다.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위해 그는 지난 10년 전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고 그 땀의 결실로 지난 2월 동국대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제 종교인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제2의 인생이 환하게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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