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거점 진주광장에 병력투입, 시위대 강제해산
바레인 야권-인근 시아파 국가, 강경진압 강력비난

(두바이=연합뉴스) 바레인 군과 경찰이 16일(현지시각) 수니파 왕정 퇴진을 촉구하는 시아파 국민의 시위를 강경진압하자 이란, 이라크 등 인근 시아파 국가들이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이날 강경진압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시위진압 지원을 위해 자국 병력을 바레인에 파견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바레인의 반 정부 시위 사태가 중동 수니-시아파 국가 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바레인 당국, 시위 강경진압 = 바레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시위 중심지인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 시위대를 강제해산하고 농성시설을 철거했다.

바레인 군.경은 진주광장에 한 달째 머물며 농성을 벌여왔던 시위대 수백명을 해산하기 위해 이날 오전 7시(현지시각) 탱크와 헬기 등을 전진 배치하고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 해산작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고 차량으로 경찰들을 밀어붙이며 저항에 나섰지만 결국 2시간 만에 진압됐다.

AFP,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시위 참가자 3명, 경찰 2명 등 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레인 정부는 아울러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제를 실시할 계획이며, 별도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집회와 시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바레인 군.경의 이날 작전은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국왕이 3개월 시한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사실상 계엄령이 발효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하마드 국왕은 수니파 왕정 교체를 촉구하는 시아파의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며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뒤 지난 15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이날 작전에 사우디 아라비아 군과 아랍에미리트(UAE) 경찰이 투입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우디와 UAE는 GCC 공동방위조약에 근거해 지난 14일 각각 군 병력 1천명과 경찰 500명을 바레인에 파견했다.

◇시아파 야권-시아파 국가, 강력 반발 = 바레인의 시아파 야권은 당국의 강경진압에 강하게 반발했다.

시아파 정당인 이슬람국가협의회(INAA)의 압델 잘릴 칼릴 대표는 "이것은 (시위대) 섬멸을 위한 전쟁"이라며 "이런 진압은 전쟁에서조차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절대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아파인 보건장관은 사퇴 의사를 밝혔고 주택장관도 국무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현지 일간 알-와사트가 전했다.

인근 시아파 국가의 정상들도 바레인 당국의 강경진압을 강력 비난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바레인 국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매우 추악한 방식이며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며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이들이 어떻게 국가를 통치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도 성명을 통해 "외국군의 개입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는 종파 간 분쟁을 심화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각각 수천명의 시아파 무슬림이 참여한 가운데 바레인과 사우디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수니파 국가인 쿠웨이트에서도 수십명의 시아파 무슬림들이 쿠웨이트시티 주재 바레인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쿠웨이트 의회의 시아파 의원들은 정부가 바레인에 쿠웨이트군 병력을 지원할 경우 총리를 의회로 소환해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하마드 바레인 국왕과 압둘라 사우디 국왕에 각각 전화를 걸어 바레인의 폭력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바레인에 해군 5함대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은 사우디군의 개입을 비난하거나 사우디군의 병력 철수를 요구하지 않은 채, 시위대와 바레인 정부 등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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