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서울 불광사. (출처: 대한불교조계종 불광사 불광법회)
조계종 서울 불광사. (출처: 대한불교조계종 불광사 불광법회)

스님들, ‘불광법회’ 새 회장단 임명 강행
법원 “지난해 6월 개정 회칙 효력 인정”
“‘문도회’ 회칙 무효화 권리 없다” 판시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서울 강남 불광사가 창건주 권한 등으로 2년여 동안 내홍을 겪는 가운데 소속 스님들이 내부 규정과 신도들 반대를 뒤로한 채 사찰을 운영하려다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렸다.

20일 서울동부지법과 교계 언론에 따르면 불광사가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2018년 불광사 회주(모임을 이끄는 큰스님)이자 창건주인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의 공금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부터다.

지홍스님은 조계종 산하 불광유치원에서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2013년부터 5년여간 72회에 걸쳐 총 1억 8500여만원 상당의 월급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는 조계종단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당시 불교계 안팎으로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도 지홍스님은 불광사 회주직에서 사퇴하겠으나 창건주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불자들의 공분을 샀다. 횡령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각종 고소고발이 일어나면서 사태는 갈수록 악화됐다.

이에 지홍스님은 10여년 동안 맡은 회주 직은 물론 창건주 직을 모두 내려놨다. 그는 그해 10월 유치원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됐고, 작년 10월 1심에서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불광사 사태가 막이 내려진 것으로 보였으나, 불광사 스님과 신도 간 갈등은 지홍스님의 횡령 사건에 무너진 사찰 기강을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본격화했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지홍스님 횡령 사건 이후 투명한 사찰 재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스님들의 반대로 재정 감사는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불광법회 신임 회장단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스님과 신도 간에 합의한 임명 절차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증폭했다.

지난해 6월 15일 회주가 선임한 추천위원회에서 불광법회 회장 후보자를 선출한 뒤 법회 최고의결기구인 ‘명등회의’의 동의를 받도록 회칙을 개정했으나, 스님 측에서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새 회장 임명을 밀어붙인 것이다.

같은 해 10월 광덕스님 상좌로 구성된 ‘문도회’는 6월 개정한 회칙을 무효화 했다. 이어 회주인 지정스님과 주지 진효스님은 이미 폐기된 1995년 1월 회칙에 따라 신임 회장단을 올 1월 임명했다.

이에 현 회장단에 있는 신도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법원에 스님 측과 신임 회장의 업무방해금지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양측 주장을 검토한 서울동부지법은 신도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4일 서울동부지법 제21민사부는 불광법회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문도회가 개정된 회칙을 무효로 할 권한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현 회장단이 2019년 6월 개정한 회칙에 따라 후임 회장단이 구성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어 스님 측이 현 회장단의 활동을 방해하지 말도록 했다.

불광법회 현 회장단은 법원 결정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난맥상을 보이던 불광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2019년 회칙을 기반으로 재정 투명화를 비롯한 신도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사찰 운영제도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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