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은 중국 우한에서 희생자 유골을 찾기 위해 장례식장 앞에 길게 줄을 선 유족들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중국이 비통함에 빠졌다. 27일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으로 우한 장례식장 앞에 유골을 받으려는 유족들이 서있는 모습 (출처: 중국 온라인,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은 중국 우한에서 희생자 유골을 찾기 위해 장례식장 앞에 길게 줄을 선 유족들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중국이 비통함에 빠졌다. 27일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으로 우한 장례식장 앞에 유골을 받으려는 유족들이 서있는 모습 (출처: 중국 온라인,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 숫자를 믿는 사람이 있는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이란, 독일, 중국의 치명률이 미국보다 낮게 나온 그래프를 두고 한 말이다.

20일 기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6만명을 넘어서며 창궐하는 가운데,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 인명 피해 규모 집계가 정확하지 못하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사망자 통계를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작 미국의 통계 누락 의혹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각 나라마다 확진자 집계 방식도 달라 통계 신뢰성에 의문은 더해지고 있다.

◆中‧伊 사망자 누락 시인… “실제 2배 이상”

가장 먼저 코로나19 환자 통계 조작 의혹이 나온 곳은 진원지인 중국이다. 확진자가 폭증할 당시에도 우한에서의 환자 누락 의혹이 빗발쳤지만 최근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보건당국의 통계 축소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는 지난 8일 봉쇄령 해제를 앞두고 우한시가 시내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코로나19 사망자 등의 유골을 받아갈 수 있게 하면서 제기됐다. 유족들이 장사진을 이룬 채 기다리는 영상이 퍼지면서 사망자 수가 훨씬 많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 한커우 장례식장으로 유골을 운반한 한 트럭 운전사가 이틀 동안 운반한 유골이 5천여구라고 폭로한 인터뷰가 중국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모두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이 아니며 겨울철에 사망률이 더 높다고 통계 축소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그러다 지난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보건 당국이 우한의 코로나19 사망자를 재조사한 결과 기존 공식 사망자의 50%가 넘는 1454명이 보고에서 누락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우한시 관계자는 “우한시의 총 확진자도 542명이 누락됐다”며 “사망자의 경우 어떤 경우에는 한 번 이상 세었고 다른 경우에는 완전히 놓쳤다”며 종합적인 검토가 미흡했다고 시인했다.

중국과 함께 코로나19 발병 초기 급증세가 보였던 이란에서도 환자 수에 비해 사망자 수와 완치자 수가 유독 많아 확진자 규모를 의도적으로 은폐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란 정부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으나 이란의 의료 수준이 외부에 정확히 공개된 적이 없어 의혹을 깔끔히 해소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의 경우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 수는 공식 집계치의 2배 이상일 것이라는 추정치까지 나왔다. 요양원 등에서는 사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당국자들도 시간과 자원이 한정돼 있어 공식 발표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인정했다. 스페인도 이탈리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미국도 지난 14일 뉴욕시의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3778명이라고 밝혀 피해 규모가 갑자기 커진 바 있다.

스페인 정부의 코로나19 전문가 위원회를 이끄는 바르셀로나대학 안토이 트릴라는 “우리는 오직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하트 아일랜드에서 방호복을 입은 인부들이 숨진 사망자의 이름이 쓰인 관들을 매장하고 있다. 금주 초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관계자들이 하트 아일랜드에 시신을 임시 매장할 가능성에 대해 조사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시는 지난 2008년 유행성 독감 급증에 대한 매뉴얼에 사망자가 냉동 트럭과 같은 시신 보관소를 넘어설 정도로 많아질 경우 하트 아일랜드를 임시 매장지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뉴시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하트 아일랜드에서 방호복을 입은 인부들이 숨진 사망자의 이름이 쓰인 관들을 매장하고 있다. 금주 초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관계자들이 하트 아일랜드에 시신을 임시 매장할 가능성에 대해 조사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시는 지난 2008년 유행성 독감 급증에 대한 매뉴얼에 사망자가 냉동 트럭과 같은 시신 보관소를 넘어설 정도로 많아질 경우 하트 아일랜드를 임시 매장지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뉴시스)

◆집계 방식 제각각… 대부분 ‘무증상자’ 포함 안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까지 ‘확진 환자’로 분류한다는 기준을 내세웠으나, 이를 수용하는 나라는 매우 적다. 무증상자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증상이 없는 의심환자까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곧 대규모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인데 실제 무증상자를 포함해 대규모 검사가 이뤄지는 곳은 한국과 독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피해가 큰 나라에서는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 얻게 될 대내외적 불이익에 더불어 일단 코로나19 검사 역량이 부족한데다, 무증상 감염자까지 수용할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처럼 코로나19가 이미 창궐한 곳에서는 대규모 검사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가 적은 나라에서도 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에 무증상 감염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증세가 상당히 중증이 아니면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도쿄도 의사회가 일선 의사들에게 배포한 문서를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죽을 정도로 괴로운 상태가 나흘 이상 계속 되지 않으면 검사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능한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마라’는 후생성 방침에 보건소가 따르고 있다고 주간아사히 등 일본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현재 미국 등 피해가 큰 나라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며 당국에서부터 증상이 미미하거나 확진자 접촉 후 증상이 없다면 집에서 자가격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각 나라 시민들은 전했다.

중국의 경우 아예 무증상 감염자와 확진자를 분류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보고된 누적 무증상 감염자는 6764명이며 이 중 나중에 증상이 나타나 확진자로 재분류된 사람은 129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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