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실시된 21대 국회의원 투표는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참패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민주당을 포함한 여권 후보가 180여명이나 당선됐으니 정부, 사법 외에 입법권력까지 거머쥐었다며 여당에서는 표정 관리하고 있는 중이다. 총선이 끝났지만 그 결과에 대해 여당이 놀라고 야당이 놀라고 유권자들도 놀랐다.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와 민주당이 의석 과반수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압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총선 결과에 당황해하는 쪽은 당연히 미래통합당이다. 공천과정에서 말들이 많았고, 선거 직전까지 통합당 후보의 막말까지 겹쳐 지도부가 오락가락하면서 마지막 중도층의 표심마저 여권으로 쏠리게 됐던 것이다. 통합당의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김종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총선결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던바, 한 마디로 선거운동기간 내내 기본도 안 된 정당에 대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구하러 다녔으니 죄송하다는 것이고, 야당이 철저히 혁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사퇴로 당헌에 따라 심재철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심 원내대표 역시 이번 총선에서 낙선됐다. 당 지도부에서 부산지역 조경태 최고위원만이 살아남았으니 정상적인 당 운영이 곤란해 보인다. 현재 비상대책위 체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복잡한 당내 사정으로 조속한 당 재건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이외의 주문을 하고 있는바, 지난 17일 이해찬 대표는 느닷없이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과반(152석) 의석을 차지했으나, 그 이후 독선과 자만에 빠져 정권을 빼앗긴 것을 상기하라는 취지에서다.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4.15총선의 결과를 두고 보면, 민심이 코로나19 정국에서 국난 극복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다. 그렇긴 해도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두 축, 운동장의 기울기가 ‘진보’ 쪽으로 더 심해졌다는 우려는 지울 수 없다. 그에 힘입어서인지 벌써부터 진보권 일부에서 엉뚱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촛불 시민은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며 사퇴 의향을 물은 것이다. 당 지도부의 뜻이 담겨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총선 결과와 윤 총장의 거취 문제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국민이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은 보건재앙과 경제 위기 국면에서 어떻게 하든지 정부․여당이 국정을 잘 운영해 혼란을 수습해 달라는 주문일 텐데, 벌써부터 승리에 취해 독선․망언하는 것을 보면 싹수가 노란 징표가 아닐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