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목련꽃 그늘에 앉아 - 한기팔(1937 ~ )
[마음이 머무는 詩] 목련꽃 그늘에 앉아 - 한기팔(19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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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그늘에 앉아

한기팔(1937 ~  )

햇빛 고운 날
목련꽃 그늘에
늙은 아내와 앉으니
아내가 늙어서 예쁘다
목련꽃 그늘 속
햇살과 함께
간댕간댕
바람의 그네를 타느니
늙은 아내가
더 꽃답다.

 

[시평]

요즘 목련이 한창이다. 화려한 자태의 꽃이 나뭇가지에서 마음껏 그 아름다운 위의(威儀)를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봄 햇살이 밝은, 화창한 날에는 더욱 그 모습이 화려하게 보인다.

환한 목련꽃 그늘 아래 늙은 아내와 함께 앉는다. 마치 젊은 그 시절 연애를 할 그때마냥, 나란히 서로 앉아 마주보며 웃는다. 목련꽃의 환한 모습과도 같은 웃음을 지으며. 목련꽃의 그늘이 덮어주는 그 현란함 아래, 조금은 수줍은 듯, 그런 표정을 지으며.

‘아내는 늙어갈수록 예뻐진다’는 옛말이 있듯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비록 모습은 늙었지마는, 늙었기 때문에 더욱 예쁜 아내. 늙음의 그 예쁨, 시인은 그 늙음의 예쁨을 바라보며, 지나간 시절의 수많았던 일들을 기억해 낸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 뒤돌아보면, 마치 목련꽃 그늘 속 햇살과 함께, 간댕간댕 바람의 그네나 타는, 그런 삶 아니었던가.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물불 가리지 않고 살아왔다 싶지만, 나이가 한 여든 중반, 그쯤 되어서 뒤돌아보면, 그저 한 시절 바람의 그네나 타고 흔들리듯이 살아온 삶인 듯이 느껴지는 것, 이가 지나온 우리네 삶이 아니겠는가.

새삼 이봄 꽃그늘 속 앉아 있는, 목련의 환한 그늘을 받으며 앉아 있는 그 아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 바람이 불어주는 데로 삶의 그네 타고, 함께 살아온 아내. 지나온 한 생애가 불현 듯 목련꽃 마냥 환하게 눈앞을 스쳐 지나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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