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이 중국에 너무 저자세이다’ ‘사드사태를 겪으면서도, 한한령을 당하면서도, 끽소리 한 번 못하고 있다.’ 중국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비꼬는 소리들이다.

나아가 현 정부를 비판하는 진영에서는 코로나19의 주범 중국인을 입국금지 시켜야 되지 않느냐 라고 소리를 높였다. 필자도 누구 못지않게 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동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한다.

중국과는 숙명적 위치에 있는 한국이기에 전략적 고려가 절대적이다. 물론 우리와의 관계에서 중국은 선진적 세련됨은 없다. 소위 소프트 파워라고 일컫는 정교함을 이면에 숨긴 채 상대국을 대하는 자세를 기대 하기엔 아직 요원하다.

중국의 핵심이익이라고 칭하는 대만문제, 영토문제, 티벳문제, 천안문 사태 등의 문제만 건드리면, 성난 늑대처럼 무지막지하게 물어 댄다. 이것이 현재 중국의 일면이지만, 그래도 중국이 중요하니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것은 한국뿐이 아니다. 한국은 소위 중화권인 대만, 홍콩까지 포함 약 30%를 중국과 교역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44년만에 1분기 마이너스6.8%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금년 전체를 예상하면, 연말에 세계 경제대국 중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올 것으로 예측되는 국가이다. 아무리 비판해도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현재 중국을 뛰어넘는 국가가 없다.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개연성이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중국의 장점은 분업생산구조가 체인같이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최근에 임금이 상승해가고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한 물건에 대한 상품성, 가격성에 있어 어느 국가보다 우세하다. 산업인프라도 지금 중국을 대체할 국가가 없다. 교통 항만, 통신, 전기 에너지 등 모든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인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 등 모든 소비재에 대해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제때에 필요한 나라에 돈을 받고 가져다준다. 베트남,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의 국가는 단순 임금은 중국보다 싸다. 문제는 완제품을 제때 만들어 세계인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현재까지 중국에 못 미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도, 갤럭시도 세계의 자동차도, 굴착기도, 심지어 우유, 화장품 등 그 어떤 제품도 중국에 팔아야 한다. 한마디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소비시장이다. 그런데 그 어떤 국가도 대체가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다.

더 심각한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프랑스가 가르쳐 준 고속철도 기술, 철도노선 보급거리와 실재 운용경험은 이미 스승국가를 넘어섰다. 한국이 가르쳐 준 조선, 반도체, 정유 정제술과 제3차서비스 산업도 대등하거나 이미 한국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한국의 경제는 물론 외교까지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러한 국가에게 발전적 비판과 합리적 문제제기도 필요하지만, 평소 외교적으로도 지속적 교류와 우정을 돈독히 해 놓아야한다. 안보는 미국과 동맹을 계속 굳건히 하면서, 중국을 필두로 러시아, 일본과 선린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가끔 생각할 때가 많다. 한국과 운명적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북한도 통일되면 한국땅이다. 헌법에도 한반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통일되면 한국과 가장 긴 국경선 1400km를 맞대고 있을 운명적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현 체제가 이완돼 언젠가는 몇 개 국가로 분열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중국과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어야만 한다. 중국이 중요한 이유는 수십가지 이지만 감정적 대응보다는 국가이익측면에 철저히 기반한 전술 전략적 대응이 항상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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