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한반도 분단 75년 만에 서울의 한 복판에서 북한 출신 망명인사가 공식 국회의원이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 주인공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태영호 씨로 그가 대한민국 공식 국민으로 된 것은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로 있던 그는 가족을 이끌고 북한을 박차고 대한민국으로 탈북했던 것이다. 현재 35000여 탈북민 중에서 그는 단연 최고 유명한 인사다. 얼마든지 비례로 국회에 진출할 수 있었음에도 그는 용약 직접선거에 뛰어들을 요청했고, 그 요청은 수락됐다. 일부 사람들은 설왕설래했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이 사는 강남 구민들이 과연 그를 국회로 보내줄 것인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의 국회 진출은 북한의 엘리트들과 집권세력에 단연 핵 폭탄급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단순한 불편이 아닌 충격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견은 국제사회에서도 일어났다. 미국의 북한 관련 단체들은 탈북민 국회의원 탄생에 잇따라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18일 VOA에 따르면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번 총선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와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과 관련 “북한 수뇌부에 근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태 전 공사가 자신의 목표를 북한정권 붕괴와 체제전환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에 북한 정권으로서는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퀸타나 보고관은 “엘리트 출신이든 아니든 출신 여부에 상관없이 탈북민이 투표를 통해 당선됐다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 제도의 우수성을 북한에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탈북민의 한국 국회의원 당선이 ‘고무적인 신호’라고 했다. 탈북민 국회의원이 북한주민들에게 남한의 개방성과 자유로운 선거제도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 수뇌부에게는 이번 총선결과가 매우 불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신성분이 다른 두 탈북민의 당선으로 남한과 북한의 제도가 명확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의 민간단체들은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등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 기업연구소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두 탈북민의 승리는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스탈린주의 정권하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나타낸다”며 “모든 남북한 국민과 세계인들이 축하할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도 ‘강남스타일: 탈북민들 역사를 만들다’란 제목의 성명과 함께 과거 태영호 전 공사가 워싱턴에서 이 단체와 인터뷰한 영상을 올렸다. 태 전 공사는 영상에서 “대북 정보 유입을 확대해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변화시켜 스스로 북한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파괴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트위터에 “북한 인권 옹호자인 태 전 공사의 선거 승리는 북한 인권을 위한 위대한 소식”이라며 “북한에 조직적으로 만연된 반인도적 범죄 추궁을 위해 그와 협력하길 고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오늘 북한은 위태로운 벼랑끝으로 다가가고 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는 촘촘함을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다. 일부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마약까지 하며 현재의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 역시 북한에게는 큰 위협이다. 북한은 4월 10일 개최한다고 공식발표했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마저 이틀 동안 미루다 12일 겨우 개최했고 그 하루 전에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코로나19 문제를 아젠다 첫 번째로 설정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전해진 태영호 국회의원 당선 소식은 평양의 엘리트들을 사정없이 흔들어 대고 있으니 북한 집권세력의 심기는 불편의 단계를 훨씬 넘어섰을 것이다. 바야흐로 작은 통일은 또 한 발자국 크게 내디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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